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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텍ㆍ실버 영화관… “경로당이 핫플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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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텍ㆍ실버 영화관… “경로당이 핫플됐어요”

입력
2018.05.14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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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노후화된 경로당 리모델링

내곡ㆍ서초3동ㆍ말죽거리 재개관

악기 수업서 치매예방센터까지

여가 생활 가능한 복합공간으로

이용객 늘며 어르신에게 인기

서울 서초구 내곡느티나무쉼터 지하1층 ‘헬스텍’ 프로그램을 찾은 어르신들이 현란한 사이키 조명 아래서 춤을 추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서울 서초구 내곡느티나무쉼터 지하1층 ‘헬스텍’ 프로그램을 찾은 어르신들이 현란한 사이키 조명 아래서 춤을 추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염곡말길 지하1층 288㎡ 공간에 성인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가 울려 퍼졌다. 홍대 클럽을 방불케 하는 사이키 조명 아래에 선 30여명의 노인들이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춤을 추는 노인들의 웃음소리가 음악소리와 한데 뒤엉켰다. 이들이 내뿜는 에너지는 젊은이들의 열기 못지 않았다. 약 15분간 쉬지 않고 춤을 춘 이들이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한쪽 벽에 붙어있는 소파 위에 나란히 앉았다.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시간을 보낸 곳은 지난해 1월 문을 연 ‘내곡 느티나무쉼터’의 ‘헬스텍’이다. 서초구가 관내 노후화한 경로당을 리모델링 해 여가교육ㆍ문화생활 영위 등이 가능한 복합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8개월째 일주일에 네 번 헬스텍을 찾는다는 김길웅(77)씨는 “헬스텍을 다니기 전에는 느티나무쉼터 앞 육교를 건널 때 두 번 정도 쉬어야 했는데, 이제는 한 번에 건널 만큼 체력이 좋아졌다”며 “체력증진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는 등 스트레스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4월부터 헬스텍을 찾은 이종구(73)씨 역시 “헬스텍을 다니기 전 기침, 숨가쁨, 어지럼증 등 노인병 증세가 있었는데, 운동을 하면서 많이 호전됐다”며 “아내가 손주들을 봐주느라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우울감이 생기기도 했는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역시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하1층, 지상4층으로 세워진 내곡느티나무 쉼터에는 헬스텍 외에도 노인들이 즐겨 찾을 만한 장소로 채워졌다. 1층에는 디스크자키(DJ)와 가수가 공연을 펼치는 카페가 자리잡았다. 매주 월, 화, 목요일에는 생음악을 들을 수 있는 라이브 카페 공연이 펼쳐지고, 수요일과 금요일은 DJ를 초빙해 추억 속 다방의 모습을 연출한다.

2층에는 여가교육센터가 들어섰다. 아코디언, 우쿨렐레, 오카리나 등 악기수업과 메이크업, 시니어 오페라, 스마트폰 활용법 등을 배울 수 있는 50여개의 강좌가 준비돼 있다. 또 3층에는 총 168석 규모의 ‘실버영화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달에는 ‘남한산성’ ‘7번방의 선물’ ‘사도’ 등의 한국영화와 ‘보리수’ ‘슬픔이여 안녕’ ‘아파치’ ‘가자 항해자여’ 등 추억의 명화를 상영한다. 특히 노인들을 위해 큰 글씨로 자막을 넣는 것이 특징이다. 4층에는 치매 노인과 가족들을 위한 ‘치매안심센터’를 마련했다. 치매 초기 환자와 가족들은 누구나 이곳에 들러 치매환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가구배치, 색 구분을 활용한 물건 분류법 등을 배울 수 있다.

서초구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내곡느티나무쉼터는 개관 이후 한 해에 9만5,000여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구는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서초3동 경로당과 말죽거리 경로당도 리모델링해 올해 ‘서초느티나무쉼터’와 ‘양재느티나무쉼터’로 재개관 했다. 서초느티나무쉼터는 재건축 전 1일 평균 20명이었던 이용객이 재건축 후 47명으로 늘었고, 양재느티나무쉼터는 기존 15명이었던 평균 회원수가 40여명으로 증가했다.

서초느티나무쉼터로 리모델링하기 전 서초3동 경로당 모습. 서초구청 제공
서초느티나무쉼터로 리모델링하기 전 서초3동 경로당 모습. 서초구청 제공
올해 초 문을 연 서초느티나무쉼터 모습. 서초구청 제공
올해 초 문을 연 서초느티나무쉼터 모습. 서초구청 제공

서초느티나무쉼터 여가교육실에서 명심보감 강좌를 듣는 이순자(84)씨는 “친구 따라 처음 왔는데 카페도 있고, 문화강좌도 들을 수 있어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면 잡념이 사라진다”며 “주 5일 매일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는 앞으로도 노후한 경로당 시설을 느티나무 쉼터로 바꿔나갈 방침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해 건강도 챙기고 친구도 사귈 수 있는 효도행정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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