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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남자라서 빠른 수사? 청원 이틀새 20만명 공감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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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남자라서 빠른 수사? 청원 이틀새 20만명 공감 까닭은

입력
2018.05.13 18: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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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누드모델 유출 범인 검거에

“피해자가 여성일 때와 태도 달라”

경찰 대응 놓고 여성들 분노 폭발

경찰 “사람ㆍ시간 특정돼 검거 용이”

여성단체 “무성의했던 관행 문제

청원 내용 공감 배경에 주목해야”

홍익대 인체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출한 것으로 밝혀진 동료모델 안모(25·여)씨가 12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홍익대 인체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출한 것으로 밝혀진 동료모델 안모(25·여)씨가 12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사진을 몰래 찍어 유출한 혐의를 받는 동료 모델이 12일 경찰에 구속되자,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사가 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의 신속한 수사와 범인 검거는 바람직하지만, ‘여성이 피해자일 때와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 불만의 요지다. 관련된 청와대 청원에 동의한 사람 수도 겨우 이틀 만에 20만명을 넘어섰다.

1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보면, 지난 11일 처음 올라온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 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 이틀 만에 20만명을 훌쩍 넘는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은 누드크로키 사진 유출 사건의 수사가 빠르게 진척되고 범인이 잡힌 반면, 여성이 피해자가 된 몰카 사건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면서 “피해자가 남성인 사건과 여성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다르게 이루어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페이스북 ‘서강대학교 대나무숲’에 불법촬영 동영상 유포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의 호소문이 올라와 1만명이 넘는 이들이 공감버튼을 누르는 등 화제가 됐다. 이 여성은 신고 당시 경찰이 “그건 어쩔 수가 없다. 잡기 힘들다. 안타깝지만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면서, “홍익대 몰카 사건에 대해 국가는 용의자 20명을 이번 주 내 모두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나는 용의자가 한 명이었는데도 조사해 주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지난 11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성별 관계 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한다’는 청원에 대한 동의가 13일 오후 4시20분 현재 23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지난 11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성별 관계 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한다’는 청원에 대한 동의가 13일 오후 4시20분 현재 23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물론 홍대 누드모델 유출사건의 수사가 신속하게 이루어진 것이 피해자가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란 시각이 많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안이었고, 사진이 찍힌 시간과 장소, 그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신원이 쉽게 파악됐기 때문에 수사가 빠르게 이루어졌다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 역시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몰카 수사와 달리 장소, 시간, 사람들이 특정돼 빠른 수사가 가능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이 달랐어도 똑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단체는 이번 사건 자체보다는 ‘불법촬영의 피해자가 남성일 때와 여성일 때 경찰의 대응이 다르다’는 주장에 여성들이 폭발적 공감을 하게 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는 최근 보도자료에서 “피해자 성별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달라진다는 현실 인식이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이제야 이렇게 이례적인 일 처리와 피해자 보호가 이뤄졌는지 반드시 질문을 던져야 할 지점”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여성 몰카 사건에 대해 무성의한 수사를 해온 것에 대한 분노가 이번 사건으로 폭발했다는 것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도 “피해여성들의 신고를 지원하다 보면, 수사 경찰이 촬영 각도나 부위를 문제 삼으며 피해자에게 좌절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며 “여성들은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항상 문이나 천장을 살피는 등 생활 속에서 몰카 피해를 우려하며 살아가지만, ‘국가는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 청원에서 드러났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이상무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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