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연계하는 지하철ㆍ버스 없어
“교차로 몇 군데 막으면 철통 보안”
산책로에 최근 ‘난초 오두막’ 신설
도보다리 같은 명장면 연출 기대
보안담당 직원들 “민감한 시기라”
미국ㆍ일본 등 각국서 온 취재진 제지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싱가포르가 낙점되면서 이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얼굴을 맞댈 구체적 장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샹그릴라 호텔과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싱가포르 현지 준비상황과 분위기는 샹그릴라 호텔로 크게 기우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찾은 샹그릴라 호텔 건물 및 주변에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상황을 전하려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 취재진으로 크게 붐볐다. 특히 샹그릴라 호텔은 싱가포르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낙점되기 이전 객실을 예약한 일부 고객에게 취소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예약대행 업체 관계자는 “예약 후 15시간 뒤에 취소 통보가 된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정황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과 달리 보안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호텔 내부를 촬영하는 취재진들을 심하게 제지했다. 특히 한국 매체는 물론 일본의 방송들이 ‘오키드 그린하우스’ 등 호텔 정원 촬영을 시도했지만 모두 불허됐다. 호텔 보안담당 매니저 앨빈씨는 “민감한 시기다.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객실이 만실인데 행사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어떤 행사든 다 치를 수 있다. 다만 그 기간 동안 손님들이 강화된 보안 때문에 다소 불편을 겪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샹그릴라 호텔은 입지 여건도 최적의 회담장소로 보인다. 오차드거리, 스콧츠거리 등 시내 중심과의 거리가 1㎞ 남짓인데도 VIP 경호에 지장을 줄 지하철이나 노선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지역이다. 싱가포르 최상류층 대저택이 밀집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옹츄시옹씨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외국정상 참석행사는 모두 여기서 열린다고 보면 된다. 주변 교차로 몇 군데만 막으면 보안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호텔에서는 판문점 회담 수준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다정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공간도 확인됐다. 호텔 설립 45주년을 기념해 2년 전 새로 만들어진 오키드 그린하우스(난초 오두막)다. 폭 0.8m, 길이 100m가량의 산책로를 통해 수영장과 이어지며 다소 경사가 있는 것은 흠이지만, 오두막은 통역을 포함 4명이 들어가도 충분하다. 호텔 관계자는 “연인들의 프러포즈 장소로 인기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회담장을 나와 산책을 한다면 이 곳이 그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유력한 경쟁후보로 꼽힌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여러모로 결격사유가 확인됐다. 일대 하루 유동인구가 수만 명에 이른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호텔 지하 공간과 바다 쪽으로 초대형 쇼핑몰과 카지노, 컨벤션센터가 자리잡고 있고, 뒤편으로는 영화 아바타를 모티브로 공원(가든스 바이 베이)이 조성되어 있다. 싱가포르 관광객은 1,720만명으로 자국 인구 3배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이곳을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하공간으로 버스가 다니고, 2개의 지하철 노선이 지나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 고위 관계자도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우리는 어떤 코멘트도 할 수 없다. 싱가포르 정부의 공식 발표를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한국의 쌍용건설이 2010년 완공한 이 호텔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지만, 이미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행사 유치에는 힘을 쓰지 못해 왔다. 올해 4월25~2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정상회의도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렸으며, 2015년 중국 시진핑 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의 첫 정상회담장도 마찬가지였다. ‘아시아안보회의’ 같은 경우 2002년부터 이곳에서 열리면서 ‘샹그릴라 대화’라는 별칭까지 붙었을 정도다. 리앙 투앙 나 난양공대 자라나트남 국제연구소 연구원은 “무엇보다도 높은 보안의식 등 국제행사 진행 과정에 대한 호텔 직원들의 높은 이해도가 굉장한 매력”이라고 말했다.
다만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의 경우 접근성과 함께 대규모 컨벤션 시설을 갖추고 있는 만큼 북미 정상회담 취재를 지원할 프레스센터로 이용될 가능성은 커 보인다. 현지에서는 취재진 규모를 최소 판문점 정상회담의 2배 수준인 5,000명에서 최대 1만명으로 보고 있다. 프레스센터가 이곳에 차려진다면 정상회담 장소로 채택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싱가포르=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김재경(코리아타임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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