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⅓이닝 무실점으로 막아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투수 교체 없이 ‘좌우놀이’가 가능한 양손 투수 팻 벤디트(33ㆍLA 다저스)가 2년 만에 성공적인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벤디트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홈 경기에 팀이 3-5로 역전을 허용한 6회초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을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벤디트의 빅리그 복귀전은 2016년 10월3일 시애틀 소속으로 오클랜드전(2이닝 무실점) 이후 587일 만이다.
2015년 6월6일 보스턴전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벤디트는 양손을 사용해 공을 던지는 빅리그 유일의 스위치 투수다. 좌타자가 나오면 왼손, 우타자가 타석에 서면 오른손으로 투구를 한다. 벤디트에 앞서 양손 투수로는 1995년 그렉 해리스(당시 몬트리올)가 있었다. 해리스는 그해 은퇴 경기에서 이벤트 차원으로 1이닝 동안 손을 바꿔가며 던졌다. 현역 시절 해리스의 지도를 받았던 브랜든 나이트 넥센 투수코치는 “양팔을 모두 잘 써서 배팅볼을 던져줄 때도 왼손, 오른손으로 번갈아 사용했다”고 떠올렸다.
해리스와 달리 벤디트는 철저히 준비된 양손 투수다. 대학 시절 포수로 뛰었던 벤디트의 아버지는 오른손잡이 아들에게 공을 양팔로 던지는 훈련을 시켰다. 또 양팔을 모두 잘 쓰려면 다리의 킥 모션도 중요하기 때문에 양발로 풋볼(미식축구) 공을 차도록 했다.
200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20라운드 전체 640순위로 뉴욕 양키스의 부름을 받은 벤디트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유명세를 탔다. 그해 마이너리그 싱글A 경기에서 양손을 쓰는 투타 맞대결이 펼쳐졌는데, 벤디트와 양손 타자 랄프 헨리케즈가 엄청난 신경전을 벌였다.
헨리케스가 오른쪽 타석에 서면 벤디트는 오른손으로 던질 준비를 하고, 왼쪽 타석으로 건너가면 왼손으로 공을 잡았다. 이 사건은 이후 프로야구심판협회(PBUC)에서 논의됐고, 결국 양손 투타 대결을 할 때는 투수가 어느 쪽으로 던질지를 정한 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벤디트 룰’이 만들어졌다.
마이너리그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던 벤디트는 2015년 오클랜드에서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듬해엔 토론토와 시애틀을 거쳤고,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입성에 실패한 뒤 올해 초청 선수로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메이저리그 성적은 2년간 41경기 출전 2승2패 평균자책점 4.97이었다.
그리고 이날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부름을 받고 2년 만에 메이저리그로 돌아와 좌타자 4명, 우타자 2명을 상대해 총 30개를 던졌다. 왼손으로 던질 때는 슬라이더, 체인지업, 싱커를 구사했고, 오른손으로 투구할 땐 슬라이더와 최고 시속 142.6㎞의 빠른 체인지업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2015년 한화 투수 최우석이 양손 투수를 준비했지만 1군에 한 차례도 등판하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었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또한 투수가 먼저 어느 손으로 던질지 택해야 한다는 ‘최우석룰’을 도입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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