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재벌) 총수 일가 3곳 중 2곳은 비상장 계열사를 1개 이상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효성과 GS, 부영 총수 일가의 비상장사가 많았다.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57곳 중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가 한 곳이라도 있는 그룹은 모두 38개(66%)로 집계됐다. 포스코 농협 등 ‘총수 없는 집단’(8곳)을 제외할 경우 이 비중은 78%까지 상승한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총수 일가가 지분(상장 30%, 비상장 20%)을 보유한 회사와 거래할 때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경우 관련 법인과 개인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1일 10대 그룹과 만나 “비주력ㆍ비상장 계열사 주식은 가급적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해 달라”고 주문한 이유다. 재벌들은 통상 ‘총수일가 비상장 계열사 주식 저가매입→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비상장사 성장 및 지분가치 증대→승계자금 마련(지분매각) 혹은 핵심회사와 합병’ 등의 과정을 거치는 수법을 동원한다. 이 같은 편법 경영권 승계의 출발 고리를 끊어 아예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소지를 없애 버리라는 게 공정위 요구인 셈이다.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이 같은 비상장 계열사가 가장 많은 곳은 효성이었다. 효성 총수 일가는 노틸러스효성(42.4%)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62.8%) 등 총 14개 비상장 계열사에서 지분율이 모두 20%를 넘어섰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 4월 경영난에 빠진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살리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해 자금을 부당 지원한 효성그룹과 조현준(50)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GS는 보헌개발(100%) 승산(100%) 등 13개 비상장 계열사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각각 20%를 넘어 2위를 기록했다. 부영(10개) 영풍(6개) 롯데(5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준(準)대기업집단’으로 불리는 자산 5조~10조원 집단에서는 중흥건설이 압도적인 1위였다. 금석토건(100%) 시티건설(100%) 등 38개 계열사에서 총수 일가가 평균 88.4%의 지분을 보유했다. 이어 호반건설(15개) 삼라마이더스(SMㆍ13개) 한국타이어(8개) 등의 순이었다.
다만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를 무조건 일감 몰아주기 ‘수혜기업’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이황 고려대 교수는 “총수일가가 신(新)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고 직접 지분을 보유해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도 있다”며 “개별적 사안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정부에서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