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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USB 드라이브 모양 전자담배 인기... 미국 청소년 흡연 ‘비상’

입력
2018.05.13 1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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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의 아이폰’ 급속 유행

일부 고등학교, USB 금지 조치

청소년 사이에서 급속히 유행하면서 청소년 흡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전자담배 ‘쥴’. AP
청소년 사이에서 급속히 유행하면서 청소년 흡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전자담배 ‘쥴’. AP

최근 메릴랜드 주 한 고등학교 교장은 교내 화장실의 문을 없애도록 지시했다. 학생들이 화장실에서 모여 전자담배 피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뉴저지의 다른 학교는 학내에 전자담배 연기를 감지하는 장치를 설치했다. 펜실베이나 주의 한 고등학교는 아예 휴대용 저장 장치(USB 드라이브) 소지를 금지했다. 전자담배가 USB 드라이브와 흡사해 학생들의 흡연을 적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자담배 ‘쥴(Juul)’이 미국 청소년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보건당국, 학교와 학부모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냄새가 나지 않는 전자담배로 인해 10대들이 몰래 담배 피기가 쉬워져 10대들의 니코틴 중독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5년 출시된 ‘쥴’은 전자담배 중에서도 연기가 적고, 과일이나 사탕 향내가 나는 데다 모양새가 USB 드라이브를 빼닮아 교사들이 담배 여부를 구별하기가 더욱 어렵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전자담배의 아이폰’으로 불리며 급속하게 유행해 학생들이 교실에서 몰래 피고 이를 소셜 미디어에 올려 자랑하는 행태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 USB 포트를 통해 충전이 가능해 학생들이 교사들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전자담배를 충전하는데도 교사들이 이를 전혀 모르는 것이다. 쥴은 지난해에만 매출액이 700% 올라 2억2,460만달러(2,425억원)를 기록했고 전자담배 시장도 전년보다 40% 증가해 11억6,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급기야 식품의약청(FDA)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근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주유소나 편의점 등에서 함정 단속을 벌여 청소년에게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업소들 적발하기 시작했고, 쥴 제조사인 쥴랩에도 마케팅 자료와 유해성 연구 문건 등을 제출토록 했다. FDA는 제조업체가 의도적으로 청소년을 겨냥해 과일이나 사탕 향내 등을 포함시켰는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쥴랩 측은 담배를 끊으려는 성인들을 돕기 위해 향내를 넣은 것이란 입장이다. 성인 흡연자들의 금연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는 전자담배가 청소년들의 흡연을 이끄는 손쉬운 유혹의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여론이 악화하자 청소년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연구 및 교육 등에 3,000만달러를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학부모 사회는 쥴 등 전자담배에 대해 더욱 강력한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챨스 슈머(민주ㆍ뉴욕) 상원의원은 최근 FDA에 서한을 보내 전자담배에 향미를 첨가하는 것을 금지토록 촉구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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