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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의혹 나집 전 말레이 총리 출국 금지, ‘적폐청산’ 시동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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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의혹 나집 전 말레이 총리 출국 금지, ‘적폐청산’ 시동 거나

입력
2018.05.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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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필리핀 마닐리아세 열린 아세안 50주년 행사에 참석한 나집 라작(왼쪽) 당시 말레이시아 총리와 부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11월 필리핀 마닐리아세 열린 아세안 50주년 행사에 참석한 나집 라작(왼쪽) 당시 말레이시아 총리와 부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총선에서 마하티르 모하마드 새 총리가 이끄는 야권연합 희망연대(PH)에 패한 후 출국하려다 이민국의 출국 금지 명령을 받았다. 마하티르 총리가 나집 전 총리가 설립한 국영 투자기업 1MDB를 둘러싼 스캔들을 재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나집 전 총리도 말레이판 ‘적폐청산’의 수사대상에 오른 게 아니냐는 추정이 제기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12일 나집 전 총리와 부인 로스마 만소르는 개인 소유 비행기를 타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이민국에 제지를 당했다. 이민국은 당초 나집 전 총리가 출국 금지 대상이 아니라고 했으나, 결국 이날 “나집 전 총리 부부가 출국 금지 대상으로 설정됐다”는 짧은 성명을 냈다. 나집 전 총리는 “이민국의 결정을 존중해 가족과 함께 국내에 머무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나집 전 총리는 총선에서 패한 후 부실 수사 의혹이 있는 1MDB 스캔들의 재수사 대상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가 이끄는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에서조차 대표직에서 물러나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나집 전 총리가 자카르타로 떠난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수사를 피해 해외 도피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이민국의 출국금지 조치도 이런 도주 우려 때문에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나집 전 총리 부부가 출국금지 대상이 된 데 대해 마하티르 총리의 한 측근은 “정확한 이유는 듣지 못했다”라면서 “비리 의혹이 있었던 만큼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마하티르 총리는 새 정부가 “1MDB 수사와 관련해 마녀사냥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나집 전 총리가 실제로 부패에 책임이 있음이 드러난다면 법정에 서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이민국에서 나와 가족의 출국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받았다. 나는 그 지시를 존중하고 내 가족과 함께 할 것이다." 나집 라작 트위터 캡처
"말레이시아 이민국에서 나와 가족의 출국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받았다. 나는 그 지시를 존중하고 내 가족과 함께 할 것이다." 나집 라작 트위터 캡처

1MDB는 2009년 수립된 국영 투자기업으로 최대 60억달러(약 6조4,000억원) 규모의 나랏돈을 빼돌리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국과 스위스, 싱가포르 등지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수사당국은 나집 전 총리의 측근들이 1MDB에서 45억달러를 빼돌렸고, 그 가운데 7억달러는 나집 전 총리의 개인 은행계좌로 들어갔으며 3,000만달러가 부인 로스마의 보석 대금을 치르는 데 쓰였다고 보고 있다.

나집 전 총리는 혐의를 부인했으며 2015년 그의 혐의 정황을 포착한 압둘 가니 파타일 당시 말레이 검찰총장을 경질했다. 후임이자 나집 전 총리의 측근인 모하메드 아판디 알리 검찰총장은 2016년 “해당 자금은 사우디 왕가에 보낸 합법적 정치기부금이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돌려 받았다”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해 나집 전 총리에게 면죄부를 줬다. 모하메드 아판디 총장은 마하티르 총리의 새 내각이 수립되면서 쫓겨날 인사 가운데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싱가포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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