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현 가능성이 점쳐졌던 선거연령 하향 입법이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 모두 선거연령 하향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정쟁만 벌이다 시기를 놓치면서 결국 다음 전국단위 선거인 2020년 총선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에 들어갔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2016년 촛불정국을 계기로 참여민주주의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청소년들의 정치 의식이 크게 성장하는 토양이 마련됐고, 이는 곧장 선거연령 하향 문제의 현실화로 연결됐다. 여기에 그간 부정적이던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당들도 선거연령 하향 자체에 동의하면서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실제 국회에는 여야와 정당을 떠나 선거 연령을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이 11일까지 10여건 제출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개헌과 드루킹 사건 특검 등 다른 이슈에 여야가 매몰되면서 선거연령 하향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또 다시 뒷전으로 밀려났다.
물론 지방선거 선거인명부 작성이 22일 진행되는 만큼 그전까지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면 18세 청소년들의 투표도 가능하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7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당의 입장에 아직 변화가 없기 때문에 합의 가능성은 현재로썬 상당히 낮다.
선거연령 하향을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정치권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두드러진 성과다. 지난 3일 집권당의 원내 수장이었던 우원식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앞에서 43일간 천막농성을 벌이던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농성장을 찾아 선거연령 하향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약속하는 정책협약식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우 전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서 오는 지방선거에서 (18세 청소년들이) 선거하지 못하게 된 데에 대해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민주당이 앞장서서 선거연령 인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협약식 대열에 합류했다.
유권자의 날인 지난 10일에는 윤관석 의원 등 민주당 소속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한 조속한 위헌판결을 헌법재판소에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만 하면 한국당의 학제개편 조건 등이 크게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교육공간의 정치화 우려 등의 부정적 측면까지 보완한다면 2020년 총선에서 18세 청소년들의 투표 모습을 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미 2년 전인 지난 2016년 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의 개정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정혜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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