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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경영학] 텔레그램, 수익 내는 플랫폼 될 수 있을까

입력
2018.05.12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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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텔레그램이 처음 등장한 2013년은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쟁탈전이 막바지에 이르던 시기였다. 2009년 처음 나온 왓츠앱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2010년 즈음부터 지역별로 모바일 앱들이 쏟아져 나와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카카오톡, 다음의 마이피플, 매드스마트의 틱톡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다가 스타트업 매드스마트는 SK에 2012년 인수됐고, 2012년 중국 텐센트에 720억원 투자를 받은 카카오톡은 2013년쯤에는 결국 다음 마이피플을 누르고 명실상부한 1위가 됐다. 카카오톡은 메신저에 무슨 비즈니스 모델이 있겠느냐는 세간의 부정적 시각을 딛고 2013년 2,108억원의 매출과 615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2014년 5월 합병 형식으로 사실상 다음을 인수하고 오늘의 카카오가 됐다.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현재 8조5,000억원대에 이른다.

중국 시장을 평정한 텐센트의 위챗은 중국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플랫폼이 됐고, 텐센트는 50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2014년 전 세계 1등 메신저 앱인 왓츠앱은 페이스북에 20조원에 인수됐다. 일본에서 성공한 라인은 2016년 성공적인 주식상장을 통해 시가총액 9조4,000억원의 회사가 됐다.

모바일 앱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서비스일수록 시장 가치가 높다. 매일 검색하게 만드는 구글, 매일 콘텐츠를 보는 유튜브, 매일 어딘가로 이동을 위해 사용하는 우버의 가치가 높은 것이 우연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자주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의 가치가 높은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플랫폼 비즈니스인 탓에 1등이 아니면 버티기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다음 마이피플처럼 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메신저 앱들이 도전했지만 결국은 대부분 사라졌다. 의미 있는 숫자의 사용자층을 만들기 전까지는 매출 규모를 키우기 어렵고 큰 비용 출혈을 버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텔레그램의 존재는 특별하다. 광고도, 이용료도, 수익모델도 없이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가 세계적으로 2억명이라는 광범위한 사용자층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보안에 민감한 사용자층에 집중한 것과 파벨 두로프의 재력이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텔레그램이 17억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서 조달하는 데 성공한 것은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의 가능성 덕분이다. 하지만 일체의 수익모델을 배격하는 텔레그램이 과연 돈을 버는 가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는 의심이 든다. 물론 텔레그램이 약속하는 대로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 플랫폼 위에서 돌아가는 전자지갑을 만들고 2억명이 넘는 텔레그램 사용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든다면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실행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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