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프린터로 20년 차에 접어드는 유철수 대표는 아직도 암실에 들어가는 게 두렵다고 한다. 빛도 소리도 없는 곳에서 몇 시간이고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두려움을 덜어주는 애착 어린 도구들 중 그가 가장 아끼는 것은 스코프다. 사진의 초점을 맞출 때 쓰는 도구로, 그는 일본 피크라는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다.
“초점이 안 맞아도 좋은 사진일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프린터 입장에선 아니에요.” 그는 프린트가 작가와 협업해 사진을 만들어가는 창작 작업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일차적 역할은 “재현”임을 분명히 한다. “제 소명은 필름에 담긴 데이터, 즉 알맹이들을 최대한 재현하는 데 있어요. 이건 프린터와 작가 간 기본 약속입니다. 창작의 여지가 있다 해도 그건 필름의 입자가 인화지에 정확히 맞은 뒤의 일이에요.”
피크사의 스코프는 스코프계의 명품이기도 하다. 보통 1,2만원대인 다른 스코프들에 비해 30만원이 넘는다. 물론 업계가 축소되면서 지금은 단종된 상태다. “사치품이죠. 그래서 대학 다닐 때부터 가장 가지고 싶어 했던 도구예요. 암실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고요. 지금 10년째 쓰고 있는데 언제 봐도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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