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50년이 다되어 가는 서울 미동아파트와 서소문아파트는 집안을 모조리 허무는 전면 리폼을 진행했다. 외벽만 남겨두고 천장, 바닥, 방, 화장실, 베란다를 철거한 후 사실상 새 집을 짜 넣었다. 자재비에 인건비를 더한 수준의 동네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진행했다. 면적이 거의 두 배인 미동아파트(95㎡ㆍ약 29평)는 서소문아파트(52㎡ㆍ16평ㆍ3,500만원)와 비슷한 3,700만원을 지출했는데, 브랜드 제품을 최소화하면서 소파 식탁 등 기존 가구를 재활용해 비용을 아낀 덕분이었다.
이은호씨의 성북좋은아파트 내부공사는 인테리어 업체에 일임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런 느낌의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콘셉트를 전하고 디자이너 역량에 맡긴 경우다. 친한 업자들이 많았지만, 포트폴리오를 보고 원하는 느낌의 업체를 골라 진행했다. 이 방식은 대개 대중적인 제품보다는 중고급품이 쓰이고 디자인 비용도 감안돼 가격대가 높다. 미대 출신으로 한때 작품활동을 했던 이씨는 “공간을 디자인한 비용을 지불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아이들을 위해 욕실과 베란다 바닥까지 열선을 깔고 고급형 섀시를 설치하니 견적이 급상승했다. 섀시 같은 기능성 제품이나 조명 등 미적 취향이 가미된 제품은 사양을 조금만 올려도 가격이 두 배, 세 배로 뛴다. 결국 거실창은 기존 것 그대로 쓰기로 했다. "거실창 교체에만 1,000만원 추가되더군요." 그럼에도 예상 견적 8,000만원보다 4,000만원을 더 지출했다.
고금숙씨의 다세대주택(가나다맨션)은 ‘선택과 집중’을 한 경우다. 고씨는 철저하게 ‘단열’과 ‘친환경 자재’에만 지갑을 열었다. 총 1,700만원 가운데 단열벽, 1등급 보일러, 열반사 페인트, 고효율 창호, 패킹식 문풍지 등 단열에만 1,200만원을 썼다. 초절수형 변기(일반형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와 중수시스템을 설치한 화장실에 300만원, 도배ㆍ장판 등 기타 비용으로 200만원이 들었다. “셋집을 다녀보면 싱크대, 세면대, 방문, 창만 그럴듯하게 고쳐진 곳이 많은데, 살아보니 너무 춥고 힘들었어요. 엄마가 방문 하나 못 바꿨냐고 타박하지만 전혀 후회 없어요.”
서대문에서 리모델링 업체를 15년째 운영 중인 ‘푸른설비’ 박찬영 소장은 “요즘 기초 공사보다는 눈에 보이는 곳만 멋있게 바꾸려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관, 전기 등 보이지 않는 내부 공사를 확실히 해야 한다”며 “화장실 공사에서 고급 타일만 붙이고 끝내는 경우도 있는데, 노후 배관은 무조건 바꾸고 방수 처리를 해야 하자가 없다”고 했다.
내부 리모델링 비용에는 정답이 없다. 면적, 자재, 취향 따라 천차만별이다. 가장 일반적인 방 셋, 화장실 두 개짜리 99㎡(30평)대 리모델링에는 ‘최소한’ 얼마가 필요할까. 박 소장은 “내부 공사를 포함해 3,500~3,600만원, 기간은 3주부터”라며 “요즘 유행하는 매립식 조명을 설치하거나 부엌, 화장실에 고급 사양을 택하면 견적이 크게 뛴다”고 덧붙였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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