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5명ㆍ생명 6명ㆍ카드 2명 등
22명 중 13명이 임직원 자녀
면접 최하위 등 모두 자격 미달
이번에도 금감원 연루 정황
“추천 관행부터 뿌리 뽑아야”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4곳을 상대로 한 금융감독원의 채용과정 검사에서 1,114명 중 663등을 한 지원자가 임직원 자녀란 이유로 최종 합격하는 등 총 22건의 비리 혐의가 적발됐다. 이렇게 특혜를 받아 부정하게 입사한 22명 중 무려 13명이 신한 임직원 자녀였다. 금감원의 검사가 특정 연도(신한은행 2013년, 신한카드 2017년, 신한생명 2013~2015년)에 국한돼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음서제’ 관행에 힘입어 입사한 이들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우리ㆍ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에 이어 금감원 직원이 연루된 정황은 이번에도 확인됐다. ‘그들만을 위한 리그’에서 집안 배경 없는 취업 준비생은 낙방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금감원은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한금융 채용관련 검사 잠정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13명의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는 모두 자격이 기준에 미달했는데도 특혜를 받아 최종 합격했다. 신한은행에 특혜 입사한 12명 중 임직원 자녀는 5명이나 됐다. 임직원 자녀 A씨는 학점이 낮아 서류심사 기준을 통과할 수 없었지만 서류 문턱을 넘어 최종 합격했다. B씨는 실무면접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지만 입사자가 됐다. 신한생명은 특혜 채용된 6명이 모두 임직원 자녀였다. 특히 임직원 자녀인 C씨는 서류전형 때 전공점수로 애초 정해진 배점(8점)보다도 높은 10점을 받은 덕에 서류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임직원 자녀란 이유로 우대를 받아 신한카드에 입사한 D씨는 서류전형에서 지원자 1,114명 중 663등을 해 합격권과 거리가 멀었지만 서류를 무사히 통과한 데 이어 실무면접 때도 ‘태도가 좀 이상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최종 합격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해외 진출을 고려해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 D씨를 서류 합격시킨 것일 뿐 우대를 한 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신한은행은 2013년 채용 당시 외부추천을 받아 7명을 채용했는데, 이들 지원서엔 ‘전 고위관료 조카’ 등의 문구가 따로 적혀 있었다. 신한이 이들의 청탁을 받아 특혜 채용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추천인엔 정치인, 금감원 직원, 공사 임원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 신분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를 잡겠다며 지난해 말부터 은행을 상대로 고강도 검사를 벌여왔는데, 오히려 금감원이 잇따라 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되며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권창우 금감원 국장은 “금감원 직원이 포함된 것만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추후 검찰 수사를 통해 혐의가 발견되면 곧바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임원은 “신임 원장이 은행 채용비리만 조사할 게 아니라 금감원의 추천 관행을 뿌리 뽑을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금감원 채용비리 신고센터에 신한금융이 임직원 자녀에게 특혜를 줘 채용한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며 시작됐다. 금감원이 연초 시중은행을 상대로 벌인 채용비리 검사에선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신한만 비리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임직원 자녀 특혜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신한금융에 20년 전 채용자료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관련 서류 대부분이 폐기돼 일부 복구가 가능한 연도에 한해 조사했다. 금감원은 신한금융 채용비리 검사를 끝으로 시중은행을 상대로 한 추가 채용비리 검사는 벌이지 않을 계획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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