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견 여전, 법제화 난항
이통사들 “행정소송 불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가 입법 첫 관문인 규제개혁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6월 국회에 보편요금제 관련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11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7시간 가까이 진행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마련한 개정안 내용은, 이동통신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문자 무제한ㆍ음성통화 200분ㆍ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기본 제공하는 월 2만원대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SK텔레콤에서 요금제가 나오면 2,3위 사업자인 KT, LG유플러스도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자연스럽게 요금을 내릴 것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취지는 가계통신비를 인하하는 것이지만 민간 기업이 결정해야 하는 가격 정책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건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이 통신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통3사 요금제가 저렴해지면 이통사 대비 싼 요금제가 최대 강점인 알뜰폰 시장이 타격을 받을 거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날 심사에 의견을 제시한 김도훈 경희대 교수는 “단기적으로 소비자 이익은 높아지겠지만 장기적으로 공급자 후생 측면은 불리해 진다”며 “공급자들이 수익을 올려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투자하는데, 기업 활동이 너무 경시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보편요금제 도입 시 이통3사 연간 매출은 2조 2,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사 막판까지 이견이 제기됐지만 규개위 구성 위원 24명 중 13명 이상이 도입에 찬성하면서 개정안이 통과됐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규개위가 보편요금제 도입의 사회적 필요성을 감안한 것”이라며 “우려나 이견, 보완 사안에 대해서 충분히 정부가 고민을 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 후 국회에 발의된다. 과기정통부는 6월 국회 제출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후 절차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보편요금제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포퓰리즘 논쟁이 불붙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통신사들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규개위에 정부 측 위원이 다수 있어 통과를 예상하긴 했다”며 “국회에서의 논의가 최종적으로 보편요금제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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