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제무대 데뷔전 준비에
장거리 여정ㆍ숙소 등 보안도 만전
장소ㆍ날짜 공개 막판까지 미룰 듯
되레 “美 모략 위험” 내부 단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발표’로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ㆍ장소가 전격 공개되면서 세계가 떠들썩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북한은 아직 잠잠하다. 젊은 최고지도자의 국제무대 데뷔전을 앞두고 치밀한 준비를 하고 보안 유지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매우 기대되는 김정은(국무위원장)과 나의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6월 12일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11일 저녁까지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해당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이날 지면에도 관련 기사가 없었다. 전날 김정은 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9일 회동 사실을 보도하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공식화한 뒤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최고지도자 동선의 사전 보도를 자제하는 건 북한 매체의 특성이다. 정상회담 장소를 언급할 경우 김 위원장의 외국 방문 사실을 미리 공개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회담 날짜와 장소를 북한 매체가 대내에 알리는 일은 막판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3월 말과 이달 초 두 차례 이뤄진 김 위원장 방중 때도, 북한 매체들은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뒤 중국 매체들과 동시에 보도했다.
내부 단속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신문은 이날 ‘현실을 망각한 자들의 어리석은 흉계’ 제하 논평에서 최근 미국 상원이 ‘북한인권법 연장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이 대(對)조선(북한) 정탐 활동을 위한 자금을 대폭 늘리고 전자매체와 라디오 등을 통한 사상 문화적 침투 행동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며 “우리 내부를 분열ㆍ와해하려는 미국의 반공화국 모략책동이 극히 위험한 단계로 치닫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내부 변화 촉발이 목적인 외부 세계 정보 유입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는 게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생소한 정상 외교전이 임박하면서 속내는 초조할 수밖에 없다. 제3국인 싱가포르는 북중ㆍ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베이징(北京)ㆍ다롄(大連)ㆍ판문점과 여건이 판이하다. 주위 환경을 통제하기 힘든 데다 전세계에 김 위원장의 모습과 동선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당일치기’ 회담이지만 일정이 연장되거나 비행기가 뜨기 여의치 않으면 현지에서 하루 정도 잘 수도 있다. 숙박 장소가 어디든 ‘철통 보안’은 필수다. 정부 소식통은 “처음으로 최고지도자가 먼 데다 통제되지도 않은 곳에서 과거 적국 지도자를 만나 체제 명운을 놓고 담판을 벌이게 되는 만큼 북한 정권으로서는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모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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