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엔 北 평양, 美 제네바 선호
양측 치열한 물밑 협상 벌여
트럼프, 남북회담 직후 판문점에 관심
백악관 참모들 반대로 결국 방향 틀어
스위스 제네바ㆍ북한 평양부터 시작해 판문점ㆍ싱가포르ㆍ인천 송도까지 검토하다 결국 싱가포르로 확정.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기까지 의제는 물론 장소와 일정을 두고도 막후에선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북한과 미국은 물론 한국까지 ‘완전한 비핵화’ 협상 성공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막판까지 기싸움이 이어졌다.
11일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3월 초 방북ㆍ방미 후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북미 양국이 애초 희망한 회담 장소는 달랐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기대했고, 미국은 제3국인 스위스 제네바를 선호했다.
그러다 판문점 도보다리 대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75분간 전화통화에선 판문점, 싱가포르, 인천 송도가 거론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전에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2,3곳이 언급됐다고 했는데 판문점과 싱가포르였고, 나머지 한 군데(인천)는 (거론은 됐지만) 거의 의미가 없는 정도였다”라고 설명했다.
당시만 해도 1순위는 판문점이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판문점 평화의집과 자유의집 위치, 회의장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고, 통화 이후엔 트위터를 통해 판문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회담 시기도 트럼프 대통령이 3, 4주 안에 열릴 것을 예고하면서 5월 중순 조기 개최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백악관 참모들이 판문점 회담을 반대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중간선거 유세 일정이 겹치면서 결국 북미 정상회담은 6월로 늦춰졌다. 우리 정부는 정의용 실장이 지난 4일 미국을 방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을 때 “6월 12, 13일 무렵 싱가포르로 결정됐다”는 통보를정식으로 받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후에도 판문점 개최에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었다. 판문점의 한반도 평화 상징성과 판문점에서 북미 회담이 열릴 경우 결과에 따라 곧바로 남ㆍ북ㆍ미 3자 회담, 6ㆍ25전쟁 종전선언도 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9일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와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뒤 10일 밤 트윗으로 북미 정상회담 결정 사실을 알리면서 6월 12일 싱가포르 개최가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북 핫라인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22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으로 북미 정상 간 중재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관련 공식 논평에서 “두 지도자의 담대한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며 “두 정상의 만남으로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냉전과 분단의 구조가 해체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꼭 성공하십시오”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달 초 평양에서 공연했던 가수 조용필, 레드벨벳 등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을 이날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 공연 노래 장면을 언급하며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역시 우리는 하나야, 그런데 왜 우리는 갈라져 있고, 서로 대결하고 있지’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여러분이 열어주신 교류의 문을 제가 잘 살려서 남북 간 교류가 더욱 콸콸콸, 멈추지 않고 흘러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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