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친문계 3선 홍영표 의원이 선출됐다. 노웅래 의원과의 경선에서 70% 가까운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것은 당과 청와대에 두루 걸친 그의 탄탄한 기반을 잘 보여준다. 그가 강성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이런 기반에 근거한 재량권도 큰 만큼, 전임 우원식 원내대표가 풀지못한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선 과정에서 줄곧 국정을 주도하는 책임 여당을 강조했던 홍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말에서도 "당이 국정을 주도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 과제를 실천하는 강력한 견인차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9일째 단식을 이어온 점을 지적하며 "국회가 이렇게 계속 파행으로 가선 안 된다"고 말해 나름의 복안을 마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사실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사건 이후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공동대표가 뜬금없이 문 대통령까지 특검 대상으로 거론하고 여당이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맞받아치는 바람에 협상이 뒤집어졌지만 여야 모두 여유로운 입장이 아니다. 당장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여야 의원 4명의 사직서 처리 시한이 14일로 임박한데다 청와대 관심사항인 일자리 추경예산안 처리도 민주당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지방선거 전날인 내달 12일 열리는 것은 야당으로선 엎친데 덮친 격이다. 어깃장만 놓다가는 게도 구럭도 다 잃을 판이니 적정한 선에서 특검 문제를 타협해야 할 처지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 1년을 맞는 즈음에 민주당이 대승적 협치정신을 발휘해 정국을 풀어가기 바란다. 유승민 발언으로 판이 헝클어졌지만 드루킹 특검과 민생ㆍ개혁법안을 포함한 여야 협상의 답은 다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루킹 의혹이 커지는데다 김경수 의원이 누차 조사를 자청하는 만큼 특검 수사대상을 올 1월 사건에 한정하자는 민주당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 야당은 일자리 추경 등 민생법안 처리에 적극성을 보여줘야 한다.
홍 원내대표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정치력의 시험대에 올랐지만 당이 국정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다짐을 이어간다면 못넘을 산이 없다. 그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던 올 2월 노동계와 경제계를 설득하고 정치권의 이견을 중재해 수년째 논란을 벌여온 근로시간 단축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가 국회 정상화 문제에서 수완을 발휘하면 문재인 정부 1년 동안 청와대로 급격히 기운 당청 관계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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