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구 재정개혁특위 위원장 “일감몰아주기 과세 상속세 인상 시사”
“가업상속공제, 부의 세습과 집중 완화 기능에 부합하지 않아”
부동산 보유세 인상도 필요…다만 세금 분납 기간은 늘어날 듯

강병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이 재벌 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과세와 상속세 인상을 시사했다. 부동산 보유세 역시 인상하되 주거 목적 보유와 납세자의 납세 부담을 고려해 납기 연장 등의 방안을 강구할 뜻을 내비쳤다.
강 위원장은 11일 서울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된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창립 2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공정과세의 원칙과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다만 직위를 의식한 듯 사견임을 전제로 했다.
강 위원장은 우리나라 조세체계가 낮은 조세부담률과 취약한 누진성(소득이 높아질수록 세율이 높아진다는 의미)으로 인해 조세 재분배기능이 미약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소득자, 고액자산가, 대기업에 세제 혜택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 위원장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과세와 상속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연 매출의 30%를 넘는 기업의 지배주주나 친인척 중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이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하지만 강 위원장은 기업들이 합병과 분할을 통해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과세를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를 통한 이익으로 변칙적인 상속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강 위원장은 “내부거래 비중뿐 아니라 내부거래 절대금액도 일감몰아주기 판단기준을 삼아야 한다”며 “나아가 매출거래뿐 아니라 매입거래를 통한 일감몰아받기 형태의 편법적인 부의 이전행위에 대해서도 과세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최대 500억원을 공제하는 현행 가업상속공제 역시 개편의 대상으로 꼽았다. 재산상속을 통한 부의 세습과 집중을 완화한다는 상속 및 증여세 본연의 기능에 부합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 등에서 주장하는 가업상속공제제도 폐지나 공제한도 축소 등의 제도 개편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심을 끄는 부동산 보유세와 관련해 강 위원장은 “타 세목에 비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작고 주택가격 변동폭 축소, 주택버블의 문제를 완화한다”며 인상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 세율 및 과세표준의 조정을 선택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부동산세 등에서 세금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다만 그는 “부동산 보유세는 주거목적의 보유와 납세자들의 유동성 제약을 고려해 세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유세 인상에 따른 납세자의 부담이 과도하지 않도록 분산 납입 등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연령과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70%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고, 납부 세액이 500만원을 넘길 경우 일부를 2개월 이내에 분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보유 기간 기준 변경 ▦보유 기간에 따른 세액공제 대상 확대 ▦분납 기간 연장 등의 방안이 강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 위원장은 아울러 고소득층, 대기업을 중심으로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고, 개인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 과세대상소득을 낮춰 조세부담의 누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금이 많을수록 기대 수익이 높은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정상화하고 조세도피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방지, 근로빈곤층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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