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식 부정적 변화” 분석에
4시간 만에 수정하고 해명까지
기획재정부가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공식 견해를 담은 자료를 발표했다가 부정적 평가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제기되자 문구를 수정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기재부는 11일 오전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1∼2월 높은 기저 영향 등으로 광공업 생산ㆍ투자가 조정을 받은 가운데 소비는 증가세를 지속했다’는 문구로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을 종합평가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표현됐던 평가 문구가 ‘조정’으로 바뀌자, 정부의 경제 상황 인식이 ‘긍정’에서 ‘부정’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최근 지난해 3.1% 성장한 점 등을 들어 문재인 정부 첫 1년의 경제 정책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던 것과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자 기재부는 이날 오후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는 문구를 추가한 수정본을 발표했다. 자료를 공개한 지 4시간 만으로, 그린북 수정 발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경제에 부정적 요인이 없진 않지만 경제의 기본 흐름이 ‘회복’이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는 해명도 뒤따랐다.
그린북은 기재부가 국내외 경기 동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로, 시장에선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공식 견해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해프닝을 두고 정부가 그린북의 ‘무게’를 생각해 작성 과정부터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으론 기재부가 이번 그린북에 ▦광공업 생산 부진에 따른 전산업생산 2개월 연속 감소(3월 기준) ▦설비투자 감소 ▦고용 상황 미흡 등 부정적 상황을 지적하고도 종합평가 문구에 다시 ‘회복’을 끼워넣은 것을 두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초 발표된 자료도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담은 것은 아니었다”며 “정부 판단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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