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문화 교류의 교두보를 소망한 ‘프로듀스48’의 꿈은 이루어질까.
지난 10일 오후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는 다음 달 15일 첫 방송을 앞둔 ‘프로듀스48’(이하 ‘프듀48’) 출연자 96명의 첫 단체곡 ‘내꺼야(PICK ME)’의 무대가 공개됐다. 새로운 국민 프로듀서 대표인 이승기의 소개와 함께 시작한 무대에는 96명의 소녀들이 ‘프듀’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핑크 컬러 교복을 입고 올랐다.
앞서 알려진 대로 단체곡 1절의 센터는 AKB48 팀 A 소속 출연자 미야와키 사쿠라였다. 미야와키사쿠라는 1절 무대에서 48명의 한일 출연자들과 함께 한국어 가사의 ‘내꺼야’를 선보였다.
2절에서는 나머지 48명의 출연자들과 함께 한국 센터로 알려졌던 애프터스쿨 가은이 센터로 등장했다. 하지만 2절 무대는 한국어 가사가 아닌 일본어 가사로 선보여졌다.
한국의 ‘프로듀스101’과 일본의 AKB48이 합작한 시즌인 만큼, ‘프듀48’은 형평성을 고려한 듯 한일 센터를 1, 2절에 각각 세웠지만 이날 무대에서 일본 센터 미야와키 사쿠라의 분량은 압도적이었다. 여러 연습생들을 비췄던 엔딩 장면의 마지막 주인공 역시 미야와키 사쿠라였다.
양국의 아이돌 음악 스타일을 모두 흡수하려는 노력 때문이었을까. 단체곡 ‘내꺼야’의 곡 분위기 역시 앞선 시즌들보다 일본 느낌이 짙게 묻어났으며, 시즌 1에 비해 안무 난이도가 다소 낮아진 대신 발랄함을 강조하는 포즈들이 대거 추가됐다.
방송 전부터 많은 이들이 주목했던 만큼, ‘프듀48’의 첫 무대 역시 공개 직후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 같은 관심이 무색하게도 ‘프듀48’의 첫 무대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그리 곱지 않은 상황이다.
시청자들은 한일 센터를 세웠음에도 일본 센터 미야와키 사쿠라에 편중된 분량, 국내 프로그램임에도 출연자들이 일본어 가사로 노래를 부른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시즌1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하향된 안무 수준이 일본 출연자들을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더불어 ‘프듀48’에 출연하는 AKB48 멤버들의 일본 우익 옹호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며 논란을 더했다. AKB48은 지난 2016년 열린 콘서트에서 진주만 공습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우리들은 싸우지 않아’ 무대를 꾸민 바 있다.
당시 무대에서 AKB48 멤버들은 욱일기를 사용한 의상을 입고 등장해 공분을 샀다. 이 외에도 AKB48 멤버들이 과거 전쟁 옹호 발언, 야스쿠니 신사 참배, 기미가요 가창 등을 통해 일본 우익을 옹호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국내 시청자들의 반감을 샀다.
한일 과거사 문제 등으로 인해 국내에는 오랜 시간 한일 감정이 존재해왔다. 그간 한류 스타들이 일본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것과 달리 일본 스타들이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지 못했던 이유에도 일본을 향한 국내의 곱지 않은 감정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일본어 가사로 노래를 부르고, 일본인 출연자에게 분량이 집중된다는 것이 큰 불만을 자아내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예견된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프듀48’은 한일 합작 걸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이는 앞서 방송됐던 ‘프로듀스’ 시즌들이 일부 참가자들의 미흡한 실력과 끝없는 잡음에도 “욕하면서 본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문제다.
참신함과 무모함의 기로에 서 있는 ‘프듀48’이 전 시즌들의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싶다면, 첫 무대 공개만으로도 고개를 든 한일 감정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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