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유치하게 된 싱가포르 정부가 환영 의사를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양국 정상회담이 열릴 장소로 샹그릴라 호텔을 유력한 후보지로 지목하는 등 회담 분위기를 띄웠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있었던 10일(현지시각) 늦은 저녁 성명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확인했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싱가포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월 12일 정상회담을 주관하게 돼 기쁘다”라며 “이 회담이 한반도 평화의 전망을 밝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이날 보도를 통해 싱가포르가 중립성과 엄격한 공공 질서, 고위급 회담 유치 실적 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첫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낙점됐다고 평했다. 싱가포르 언론은 10일 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미 해군 제7함대의 필립 소여 사령관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소여 사령관은 “정상회담을 조심스럽게 낙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매체는 회담의 유력 후보지로 샹그릴라 호텔과 마리나 베이 샌즈 리조트, 센토사 섬 등을 꼽았다. 샹그릴라 호텔은 매년 ‘샹그릴라 대화’라 불리는 아시아안보회의를 유치한다는 점에서, 마리나 베이 샌즈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후원자 중 한 명인 셸던 애덜슨 샌즈그룹 회장이 운영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양 정상의 보안 문제를 고려해 싱가포르 본 섬에서 떨어져 외길로 연결된 센토사 섬도 개최 장소 후보지로 거론됐다.
스트레이츠타임스와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에 따르면, 이들 중 가장 유력한 장소는 샹그릴라 호텔이다. 2002년 이래 영국 소재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최해 온 아시아안보회의 개최지가 이 곳으로, IISS는 개최지의 이름을 따 붙인 ‘샹그릴라 대화’라는 명칭을 더 앞세운다. 집단 안보 체제가 부재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열린 다자간 안보 회의로, 현재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관여로 인해 유럽의 뮌헨안보회의와 더불어 안보회의로서는 화제성이 가장 높다.
이 때문인지 샹그릴라 호텔은 2009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최초로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숙소로 선정됐다.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정상회담 때도 두 정상은 샹그릴라 호텔에서 묵었다. 당장 올해 샹그릴라 대화가 6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리고 이 행사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정상급 인사의 참석이 확정된 상황이라, 기존 보안계획을 그대로 유지해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이점도 부각된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2010년 개장 후 곧바로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떠올라 화려함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에 맞을 것으로 보이지만, 도심의 핵심 관광지역에 가까이 있어 싱가포르 당국이 보안을 위해 일대 지역을 봉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센토사 섬은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보안 유지도 쉽다는 것이 이점이다. 스트레이츠타임스와 인터뷰한 한 업계 관계자는 센토사의 호텔들이 정상회담에 소요되는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만한 규모는 아니라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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