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고용촉진법 적용 돼
기간제→정규직 전환 의무 없어
중장년층 안정적 경제활동 발목
황미숙(61ㆍ가명)씨는 서울 A대학에서 7년째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황씨의 급여는 늘 최저임금을 살짝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용역업체와 매년 계약을 갱신하고 있어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늘 신입사원 신세이기 때문이다. 황씨는 별일이 없다면 회사가 정한 나이 상한인 만 65세까지 일할 생각이라고 한다. 이처럼 황씨가 오래 일할 것이 분명하다면 회사는 그를 계속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황씨 역시 간절히 기대하는 바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회사는 법적으로 그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계속적 근로자로 본다. 2년 이상 채용을 하는 경우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엔 예외가 있다. 고령자고용촉진법상 고령자인 만 55세 이상 근로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몇 년을 계속 고용하더라도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고령자의 경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채용이 제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게 2007년 기간제법 제정 당시 취지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런 예외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의학 발달로 ‘60세 청춘’을 말할 정도로 장년층이 건강해진데다, 고령자 경제활동참가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이 같은 규정은 되려 고령자들을 나쁜 일자리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결과 2006년 전체 기간제 근로자 중 17.6%(47만 9,000명)였던 고령자 비중은 10년 후인 2016년에 36.8%(107만9,000명)로 커졌다. 정부의 ‘신중년 인생 3모작 지원’ 정책이 고령자 고용률을 높이고 10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중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과도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외규정을 아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55세라는 예외 연령을 좀더 높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국회에는 해당 예외규정을 삭제하거나(이원욱 의원) 예외 기준을 정년 하한연령인 만 60세를 넘은 고령자로 높이는(서형수 의원) 등의 기간제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고령층 정규직 전환 의무화 땐
되레 채용 기피” 우려 목소리 커
고령자 고용정책 수정ㆍ전환 시급
그러나 적용예외규정이 사라질 경우 5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고령자 구직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은 “고령자가 구할 수 있는 일자리의 근로조건이 열악하지만 생계형 구직자들은 그마저도 찾기 어려워 아쉬워한다”며 “고용주에게 정규직 전환 의무까지 추가되면 도움이 되기는커녕 지금보다 중장년 채용을 더욱 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가뜩이나 청년실업 문제가 극심한 상황에서 고령자 고용 보호에 치중할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외 규정이 있더라도 ‘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므로 이를 통해 고령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대법원도 고령을 이유로 계약 연장을 거부당한 골프장 기간제 노동자 김모(62)씨 등 5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가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예외사유에 해당된다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 적용을 배제하고 계약연장을 거부한 건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황기돈 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은 “’차별을 용인해서라도 고용을 촉진한다’는 기존의 고령자 고용정책 기조를 ‘차별금지와 고용촉진 병행’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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