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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보장ㆍ비핵화 시한 ‘빅딜’… 북미회담 세팅 끝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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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보장ㆍ비핵화 시한 ‘빅딜’… 북미회담 세팅 끝낸 듯

입력
2018.05.11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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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폼페이오와 만족한 합의”

美, 핵 폐기 속도ㆍ범위 등 동의 얻고

北 ‘동시적 보상’ 약속 받은 듯

北 매체, 북미 정상회담 첫 공식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 받고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 받고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 교환을 위한 쟁점 협상을 사실상 타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억류자 석방이라는 ‘선물’을 미국에 안기고, ‘만족한 합의’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을 대내적으로 공식화했다는 사실로 미뤄서다.

비핵화 조치 단계별로 행동과 동시에 보상을 제공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를 미국이 수용하는 대신, 일정 시한까지 영구적으로 핵을 폐기하고 철저한 검증과 사찰을 받겠다는 약속을 북한으로부터 끌어내는 방식의 ‘빅딜’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두 번째 방북은 난항 조짐을 보였던 북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 작업에서 상당한 진전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10일 조선중앙통신ㆍ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 관련 문제들을 논의한 뒤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1면 전체를 할애해 두 사람의 회동 기사ㆍ사진을 실었다. 북한 대내 매체들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공식 언급한 건 처음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귀국 비행기에서 “장시간 생산적이고 좋은 대화를 가졌다”며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올려놓으려 하는 사안들과, 성공적 회담을 위한 여건들을 확실히 갖추려면 어떤 식으로 조율해 나갈지에 대해 실질적으로 대화할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가 “북미 정상회담 장소ㆍ시간을 결정했다”고 언급한 일이나 북한이 억류해 온 한국계 미국인 3명을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 맞춰 풀어준 것도 양측 간 협상이 잘 풀렸다는 방증이다.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10일(현지시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을 긍정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준비가 돼 있다는 희망적 조짐을 보고 있다”면서다. 그는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반대하지 않았고 주한미군 관련 사안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며 “김정은 정권이 양보가 전혀 없었던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희망적”이라고 했다.

이런 신호가 나오는 건 이번 협상이 북미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기 때문 아니겠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일단 미국 입장에선 핵 폐기 속도와 범위, 검증 수준에 대한 동의를 북한으로부터 얻어냈을 거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선거가 있는 2020년 11월까지 미국이 요구한 완전하고 영구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북한이 따르겠다는 답을 들었으리라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미측이 어떤 핵 시설이든 불시에 사찰을 받을 용의가 있는지 물은 뒤 북측의 믿을 만한 의지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충분한 보상을 확실히 받아내는 길을 택했을 공산이 크다. 영구적 비핵화로 협상 문턱을 높이고 탄도미사일과 생물ㆍ화학무기까지 포괄하는 대량살상무기(WMD)로 폐기 대상 범위를 넓히려는 미국의 압박 속에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찾아가 재확인한 ‘단계적ㆍ동시적 해법’과 관련해 절충안을 우선 도출했을 수 있다. 자국 내 회의적 여론을 무마할 수 있는 비핵화 속도와 범위, 검증을 얻어낸 미국이 방법론을 일부 양보했을 거라고 짐작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북미는 특히 북한의 비핵화 행동이 먼저냐(미국), 행동ㆍ보상을 맞교환해야 하냐(북한)를 놓고 줄곧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만족한’이라는 표현까지 쓴 만큼 안전 위협 해소와 경제 발전 등 두 가지 차원에서 부족하지 않은 보상 방안을 미국에게서 약속 받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안보 부문에선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 경제 부문에선 제재 해제 및 지원 제안이 미국에 의해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중앙TV가 이날 오후 방영한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회동 내용을 담은 7분 분량 영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갖고 있고 북미 정상회담에 적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이날 오전 관영 매체 보도에는 없던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북미 회동의 최대 성과는 무엇보다 상호 의지의 확인과 신뢰 교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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