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20명이 집단 패혈증 증세를 보인 서울 강남구의 한 피부과 병원을 수사하는 경찰이 환자들에게 투약한 프로포폴을 보관한 냉장고가 지난해 12월부터 고장 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부과 원장 박모(43)씨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7일 사건이 발생한 신사동 M피부과 병원 관계자들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프로포폴을 보관했던 냉장고가 지난 12월부터 고장 나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10일 밝혔다. 마약류로 분류되는 프로포폴은 잠금장치가 설치된 곳에 보관을 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냉장고에 이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냉장 기능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고장 난 냉장고에 프로포폴 주사기를 보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원장 박씨는 “프로포폴이 담긴 주사기를 편의를 위해 4일부터 시술 당일인 7일까지 60시간가량 고장 난 냉장고에 보관했다”는 진술을 했다. 프로포폴은 밀봉기에 담아 25도 이하에서 냉장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5일과 6일이 각각 어린이날과 일요일로 휴진인데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M피부과는 평소 토요일도 영업을 했으나, 5일에는 연휴로 쉬었는데 병원 관계자가 이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을 근거로 10일 원장 박씨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신청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집단 패혈증 증세 원인으로 주사제 오염이 추정된다는 의견을 받은 경찰은 보건 당국의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식 수사로 전환할 지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현재 패혈증 증세를 보인 환자 20명 가운데 2명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고, 나머지 18명은 일반병실에서 치료 중이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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