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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재계 저승사자’ 공정위, 갑질 일삼는 기업에도 영업정지 못내리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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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재계 저승사자’ 공정위, 갑질 일삼는 기업에도 영업정지 못내리는 까닭

입력
2018.05.10 19: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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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자영업자나 기업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처분인 ‘영업정지’는 법이나 규제를 심각하게 위반했을 때 받는 행정조치입니다. 미성년자를 고용하거나 성 매매를 한 유흥업소, 불량식품을 만든 식품업체, 고의ㆍ중과실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병원 등이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맞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배당 사고를 낸 삼성증권에게 일부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점치는 시각도 없지 않습니다.

중징계인 영업정지를 규정한 법과 권한을 가진 행정부처도 다양합니다. 금융관련법, 공중위생관리법, 식품위생법, 의료법 등 관리ㆍ감독ㆍ규제와 관련된 대부분의 법령에 영업정지 조항이 있습니다. 해당 법 소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실행 권한을 갖고 있죠.

그러나 강력한 규제법인데도 정작 영업정지 조항은 없는 법령이 있습니다. 바로 공정거래법입니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가 ‘갑질’을 일삼은 기업에게도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공정위는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를 비롯해 하도급대금미지급,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 등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고약한 행위들을 적발하고 제재합니다. 그 폐해가 결코 적지 않아 영업정지로도 모자랄 판인데 공정거래법엔 왜 ‘영업정지’ 조항이 없을까요.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영업정지 결과 야기될 수 있는 독과점이 더 큰 시장 질서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예컨대 같은 업종인 AㆍBㆍC사가 모두 담합을 해 영업정지 대상인데, C사가 자진 신고자 감면제(리니언시)를 적용 받아 제재를 피할 경우를 가정해봅니다. AㆍB사에게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 C사는 AㆍB사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독점을 막아야 하는 공정위가 되레 독점 상황을 만들어주는 역설과 모순이 발생하게 되는 셈입니다.

공정위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진 못하지만 그렇다고 제재 수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검찰 고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업정지처럼 국민들의 눈에 확 띄는 제재가 없으니 제재를 해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때가 많습니다. 공정위가 항상 아쉬워하는 부분입니다. 세종=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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