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홍 작가 사진전 13일까지
印尼ㆍ필리핀 등 90여명 기록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수단(1922~2016) 할머니가 중국의 한 양로원에서 아기 인형을 바라보며 “너희 엄마 아빠는 어디로 갔니, 이제 나랑 같이 살자”고 말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가 안세홍씨의 작품. 안세홍 작가 제공
“70년이 넘는 세월인데도 이분들은 당한 걸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어요. 피해 사례나 기간, 국적이 달라도 이들이 느끼는 고통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시아 일본군 성노예 피해여성 사진전 ‘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을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시청 내 시민청에서 벌이는 사진가 안세홍(47)씨의 말이다. ‘겹겹’은 강제징집, 감금, 성폭력, 버려짐 등 모든 만행과 반인권적 도발이 피해자의 가슴 속에 여전히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남아 있음을 확인하고 기록한 작업이라고 안 작가는 설명했다.
안 작가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중국 오지의 산시성에서부터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지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피해여성 90여명을 찾아 다니며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3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일본군의 만행을 생생히 기억하고 증언했다.
그가 유독 해외 피해 여성에 천착한 이유는 뭘까. 안 작가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한ㆍ일 간의 문제로만 비치는 경우가 있지만, 실상은 아시아 전체의 문제란 점을 말하고 싶었다”며 “때문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 피해자의 인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작가는 ‘이번 작품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 한 장의 사진을 꼽아달라’는 주문에 중국에서 찍은 고 이수단 할머니가 아기 인형을 들고 있는 사진을 꼽았다. 안 작가는 “북한 평안남도 출생인 이씨는 일본군 성노예로 동원됐던 아픔 때문인지 아이를 낳지 못했고, 나이가 들면서 정신병이 생기고 아기에 대한 집착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사진을 찍을 당시 아기 그림을 벽에 붙여놓았는데, 누가 선물한 아기 인형을 바라보며 ‘너희 엄마 아빠는 어디로 갔니, 이제 나랑 같이 살자’고 말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현재 진행형이고 아시아 전체의 것이라고 느끼는 이 같은 아픔을 사진을 통해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알리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안 작가는 “아직 만나지 못한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서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에 또 갈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할머니들의 증언을 계속 정리해 국제사회에 알리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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