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로 표현한 기사 보여주며 기업에 접근
기존 워싱턴 로비스트 활용도 떨어진 틈새 이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성인영상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본명 스테파니 클리포드)에게 입막음용 돈을 지불한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수상한 행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백악관 고위 자문역할을 노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로비스트를 역할을 자처하며 기업들로부터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아웃사이더로서 기존 로비스트들과 친분이 없는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상 트럼프 당선 이후 기업들은 대통령과 연(緣)이 닿는 인물을 찾는데 혈안이 됐고, 이를 기회로 코언이 자문료 명목으로 수백만달러를 챙겼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오랫동안 트럼프의 집사 변호사로 활동해온 코언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은 창구는 그가 세운 페이퍼컴퍼니인 에센셜컨설턴트와 그가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로비회사 스콰이어 패톤 보그스였고, 코언에게 돈을 전달한 기업들은 다양했다. 미국 공군훈련기 수주전에 뛰어든 한국항공우주산업연구원(KAI)은 회계기준 자문명목으로 15만달러를 건넸고,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는 오바마케어 폐지 등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정책을 파악하겠다며 120만달러를 지불했다. 뉴욕의 투자회사 콜럼버스 노바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조력을 얻겠다며 50만달러를 줬다. 타임워너사 합병을 추진하던 통신회사 AT&T도 20만달러를 지급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코언에게 기업들이 공식적으로 건넨 금액만 235만달러에 달한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코언이 세운 작은 페이퍼컴퍼니에 몰려든 이유는 코언 스스로도 고객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WP는 코언 측근들을 인용, 그가 적극적으로 고객들을 찾아 나섰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고전적 수법은 물론이고 때로는 자신을 트럼프 대통령의 ‘해결사(fixer)’로 묘사한 신문기사까지 들고 다니며 고객을 유치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코언은 재정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코언은 변호사 일 이외에 운영하던 뉴욕택시 사업이 우버 등 호출형 서비스 등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WP는 코언이 최근 자신이 집값을 상환했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은 코언에게 거액을 건넸지만 재미는 별로 못본 것으로 보인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코언은 우리 회사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지만, 계약 조건 때문에 코언에게 120만달러 전액을 내야 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될 조짐이 보이지 일부 회사들은 엮이지 않으려고 코언과 거리를 뒀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코언의 수상한 돈거래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호가호위한 코언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일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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