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Incomplete)’ 의미하는 유보학점
“경제만큼은 이념ㆍ진영논리 없어야”
‘I학점에서 A학점으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출범 1년, 한국 경제의 회고와 전망’ 공동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위해 만든 파워포인트(PPT) 자료 제목이다.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김 부총리는 아주대 총장 재직 시절(2015~2017년) 경험에 빗대 지난 1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했다. 그는 “제가 학교에 있을 때 여러 이유로 학생에게 최종 학점 부여를 유보해야 할 때 매긴 학점이 I학점”이라고 말했다. I는 ‘미완성의’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Incomplete)의 머리글자다. 김 부총리는 “아직 1년이라 학점을 주기엔 이르기 때문에 I학점으로 했다”며 “A학점으로 만들려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자료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유보 학점을 주면서도 지난 1년 간의 성과가 결코 나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1분기 성장률 1.2%를 기록했고, 지난해 성장률은 3.1%로 3년 만에 3%대를 회복했다”며 “올해 1인당 국민소득도 3만2,000달러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북핵 등 지정학적 위험요인(리스크)를 해결하면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했고 중국 및 캐나다와 통화스와프를 맺는 등 대외 위기를 잘 관리했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 부동산, 한국GM 등 기업구조조정 등 대내 위험요소도 안정적으로 풀어나갔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회적 합의 부족과 ‘프레임’으로 인한 토론 부족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 부총리는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소개하면서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된 주인공을 가족들이 붙잡고 고기를 억지로 먹이는 장면이 나온다”며 “우리 사회가 (일방적인)게임의 룰을 정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그는 “양극화, 계층이동 단절 등 경제ㆍ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사람들은 자기만의 색안경을 끼고 진영논리만 강조했고 토론도 잘 안돼 힘들었다”며 “경제만큼은 이념ㆍ진영 논리를 떠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향후 ‘사람 중심 투자’를 확대하겠다면서 해결 과제로 ▦혁신성장 ▦일자리 확충 ▦적정 임금 ▦사회안전망 강화 ▦계층이동성 확대 ▦교육혁신 등을 꼽았다. 김 부총리는 “규제 개혁, 혁신성장 등 모든 과제들을 생산적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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