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피해자 넉 달여 만에 25억 회수
농협 감사는 12억 받아 흥청망청
2억 챙긴 지점장, 채무변제 사용
농협 측 “개인 일탈행위…”
치열한 법적공방전 불가피
120억 산동농협 사기사건은 전문 사기꾼이 농협 감사와 지점장을 끌어들인 뒤 고수익 등을 미끼로 거액을 끌어들여 벌인 희대의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 사기 주범은 저금리로 투자처를 물색하던 사람에게 접근, 월 8%의 고수익을 미끼로 70억이나 유치한 뒤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은행 지급보증서를 미끼로 120억원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 등)로 윤모(44), 김모(47)씨와 산동농협 감사 이모(54), 장천지점장 김모(54)씨 4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와 김씨는 지급보증서 발급을 미끼로 부동산개발업체로부터 50억원, 매달 8% 투자수익을 주겠다며 개인사업가 이모씨로부터 70억원 총 120억원을 받아 가로챈 뒤 아파트임대, 외제차구입 등에 쓰고 처남에게 송금, 은닉했다.
또 감사 이씨는 윤씨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12억원을 받아 부동산투자 등에 썼고, 지점장 김씨는 2억원을 받아 개인채무변제에 사용했다.
경찰조사 결과 윤씨 일당은 70억 투자자에게 “백화점 상품권 거래를 통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수수료와 월 8%의 이자를 주겠다. 투자금은 농협에 넣어라. 원금은 지급만기일에 주겠다”고 속여 유치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3차례에 걸쳐 40억, 10억, 20억 총 70억원을 유치한 뒤 지급시한이 6월1일인 지급보증서를 임의로 발급했다. 이 과정에서 지점장 인감, 조합장 법인인감, 조합장 법인인감증명서를 무단 교부했다. 피해자 이씨는 사기사건이 불거지기까지 매달 8%씩, 총 25억원을 이자 등의 명목으로 회수해 실질적인 피해금액은 45억 원으로 추산된다.
농협경북본부와 산동농협은 “이번 사건은 감사와 지점장이 벌인 개인 일탈행위로, 피해금액 지급 의무가 없다”며 “피해자 측이 소송을 제기하면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형사처벌과 별도로 대법원까지 가는 수년간의 지루한 법적공방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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