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한반도로 온 사람들
이희근 지음
따비 발행ㆍ264쪽ㆍ1만5,000원
단군 할아버지가 나라를 세운 건 기원전 2333년이다. 이렇게 똑 떨어지는 정확한 숫자는 어디서 나왔을까. 고려시대 이승휴의 ‘제왕운기’다. 이승휴는 무슨 근거로 그렇게 계산했을까. 줄거리는 이렇다. 원래는 우리는 기자조선을 내세웠다. 중국에서 온 기자의 지배를 받았으니 우리 땅도 중국 왕조 못지 않다는, 소중화 논리다. 사실 기자조선을 뒷받침하는 ‘기자동래설’은 한사군 설치 이후 한(漢)나라가 만들어낸 이데올로기 조작에 가까웠다. 원래 중국 지배를 받았으니 지금의 중국 지배도 당연히 받아들이라는 공작이다. 이 역사조작을 되받아 우리도 중국 못지 않다는 논리로 썼으니 아이러니다. 이승휴는 여기다 단군조선을 하나 더 얹었다. 원나라 압박에 맞서기 위해 ‘기자조선 이전, 요 임금과 비슷한 시기에 우리에게도 성군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어서였다. 동북공정으로 그리 욕먹는 중국 사학계는 정작 요 임금을 실재가 아닌 신화로 간주하니 이는 또 다른 아이러니다. 옛 이야기는 그저 옛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의 정치적 필요이기도 하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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