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10ㆍ11일 공휴일 지정 요청 …정권교체 화답
9일 치러진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가 이끄는 야권연합이 승리했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독립 이후 61년 만에 처음으로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루게 됐다.
10일 더스타, 더선데일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자정 넘어서까지 이어진 개표 결과 신야권연합 희망연대(Pakatan HarapanㆍPH)가 222석의 의석 과반인 112석 이상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를 주축으로 60년 이상 말레이시아를 통치하던 국민전선(Barisan NasionalㆍBN)은 76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150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해 하원의원 222명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은 독립 이후 지금까지 집권한 나집 라작 총리가 소속의 BN과 나집의 후견인이자 23년간 말레이시아를 통치한 마하티르 전 총리가 이끄는 PH의 대결이었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15년 만에 이뤄진 선거구 획정 작업이 여당에 유리하게 된 점, ‘가짜뉴스 방지법’을 통한 반정부 언론 탄압, 포퓰리즘 공약 등으로 집권여당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민생고와 함께 나집 총리를 비롯한 여권의 부정부패 스캔들에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했고, 이 부분을 마하티르 전 총리가 집중공략하자 이변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나집 총리는 지난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조원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BN 이름 아래 22년간(1981-2003) 말레이시아를 철권통치하던 마하티르가 BN을 버리고 야당으로 간 것도, 그로부터 탄압받았던 이들이 마하티르와 손을 잡은 것도 부패한 나집 총리 때문에 가능했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말레이시아는 다시 마하티르 전 총리가 다시 당분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그는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국가정상이 된다.
그는 이날 승리를 선언하면서 "우리는 보복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법치를 복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달 16일 북부 랑카위섬에서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성장 배경으로 국민들의 높은 민주주의 의식과 그에 따른 정치적 안정을 꼽은 바 있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과거 한때 한국과 같은 수준이었지만, 지금 한국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우리가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경제성장을 일궜다”고 말했다.
'근대화를 이끈 국부(國父)'와 '개발독재자'란 엇갈린 평가를 받는 마하티르 전 총리는 한때 나집 총리의 후견인이었으나 나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이 터지자 총리 퇴진 운동 선봉에 섰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0일 새벽 국왕 측으로부터 야권의 승리를 인정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이날 중 총리 취임 선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역사적 정권교체를 기념하기 위해 10일과 11일은 공휴일이 될 예정이다. 그는 “우리에게 그런 권한은 없지만, 이제 정부에 공휴일 지정을 요청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나집 라작 총리는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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