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문견이정(聞見而定)’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들은 이후 싸울 방책을 정한다’라는 뜻으로, 지난 1년 간 농림축산식품부 공직자들이 농정의 기본으로 새긴 원칙이다. 직접 농업 현장에 찾아가서 농업인과 소통하는 한편, 농정개혁위원회를 운영해 생산자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지난 1년 간 현장 중심의 농정혁신으로 가는 첫걸음을 뗀 만큼 농식품부 공직자들의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첫째, 농업인이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 5월 농업 현장에서는 20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쌀값을 회복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농식품부는 쌀값 회복을 농정 신뢰 회복의 첫걸음으로 여기고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을 추진했다. 햅쌀 가격 형성 전에 선제적인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마련했고, 그 결과 2017년산 수확기 쌀값은 전년 대비 18% 상승해 쌀 농가 소득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농업인들에게 지급되는 친환경직불금과 밭직불금 단가를 ha당 5만~20만원 인상하여 소득 보전 기능을 강화했고, 재해복구비 지원단가도 평균 3배 인상했다. 채소류는 피해 복구에 필요한 농약 비용 지원을 ha당 30만원에서 168만원으로 5배 이상 인상했다.
둘째, 청년들이 농업ㆍ농촌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농촌 현장에는 40세 미만 농업인이 전체의 1.1%(1만1,000호)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청년농업인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젊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영농의지가 강하고 역량 있는 청년농업인 1,200명을 매년 선발하여 월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을 올해부터 새롭게 추진하고 있으며, 전문경영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농지, 자금, 기술교육 등을 종합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팜 창업보육기관을 선정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스마트팜 창업교육과 경영실습을 단계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농지ㆍ자금 지원과 함께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을 제공해 초기 부담을 덜어줄 예정이다. 나아가 스마트 생산ㆍ유통, 기술혁신, 청년창업이 집약적으로 이뤄지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을 본격 추진한다.
셋째, 축산업이 가축질병을 최소화하고, 환경 부담을 줄이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에 대한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으로 AI 발생이 전기 대비 6%(383건→22건) 수준에 그쳤으며, 국내 돼지에서 A형 구제역이 발생하였을 때도 사전에 비축한 백신을 긴급 접종하고, 신속한 일제 소독으로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다. 또한 환경에 부담을 주고, 질병에도 취약한 축산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산란계의 사육밀도를 마리당 0.05㎡에서 0.075㎡로 강화하였고, 기타 축종의 사육면적도 단계적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넷째, 농촌 주민의 거주 여건을 개선하고 복지 지원을 강화하였다. 읍면 지역에 아이돌봄센터, 작은 도서관 등 공동 이용시설을 건립하고 배후마을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00원 택시’와 같은 농촌형 교통모델 사업을 82개 전체 군 지역으로 확대하고, 찾아가는 의료ㆍ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복버스를 운영하는 등 농촌 특화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새 정부의 농업ㆍ농촌 정책이 농업인들의 입장에서 여전히 미흡할 수도 있지만, 농정 신뢰를 회복하고, 현장중심 농정 혁신의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본다. 이제 그간의 성과를 발판 삼아 농업인과 국민들이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현장과 사람중심의 농정을 통해 보다 근본적으로 농정을 혁신해 나갈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도록 다시 한 번 ‘문견이정’을 마음에 새긴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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