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영 총괄실장
제도 존재 이유는 복합적, 발전의 디딤돌
사회적기업 고전, 고도화된 자본주의 때문
대구는 생애주기별 서비스 주력해야
■ 박철훈 상임이사
권한 속 책임제로 제도 체질 개선해야
“고전 아닌 과정…신자본주의의 최선봉”
경북은 ‘경북의 벌링턴’ 만들어야

이걸 축구팀이라고 하자. 골키퍼를 비롯한 수비수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같은 국가가 맡고, 스트라이커 등 공격수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의 사회적경제인이 뛴다. 미드필더는 국가와 사회적경제인 간의 원활한 소통과 업무지원을 위한 중간지원기관이 차지한다. 미드필더 중엔 지네딘 지단과 같은 주장 완장을 찬 중원 사령탑이 있다. 중원 사령탑의 경기력에 따라 팀의 사기는 물론 승패가 좌우될 때가 많다.
우리 사회 ‘사회혁신’이 어느 때보다 화제다. 그 중심에 ‘사회적경제’니 ‘사회적기업’이니 하는 말이 단연 회자된다. 그런데도 아직 뭇 대중에게 이 단어는 생소하기만 하다. 축구팀에 비유한 이유다. 사회혁신 판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면, 이제 현실로 가 보자.
이 이야기를 누구의 입을 통해 들어야 할까. 국가의 입을 통하자니 자랑잔치 일 것 같고, 사회적경제인의 입을 통하자니 그 범위가 너무 넓어 지엽말단적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국가와 민간의 중간지대에서 ‘중간지원기관’이란 이름으로 사회적경제 전반을 코디네이션하는 ‘사회적경제 미드필더’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그 중에서 주장 완장 두른 두 명의 입을 빌리기로 했다. 박진영 대구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총괄실장(이하 박 실장·사진 왼쪽)과 박철훈 지역과 소셜비즈 상임이사(경북지역 담당·이하 박 이사)가 그들이다.
현재 사회적경제 중간지원기관은 우리나라 16개 광역시도에 각 1개씩 있다. 이들이 상대하는 국가 파트너는 30~40개고, 사회적기업 파트너는 대구와 경북 각각 120개와 214개다. 양자 사이에서 정책과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사회적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논의는 광범위하기 때문에 그것을 대표하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야기로 범위를 좁히기로 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전공을 바탕으로 사회적기업을 이해하고 있어 대체로 큰 시각차를 보였지만, 사회적경제가 곧 사회적기업이란 관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했다. 박 실장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박 이사는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박진영 실장은 사회적기업을 시장자본주의의 대안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체제 대안론자이고, 박철훈 이사는 시장자본주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시장 진화론자이다. 박 실장은 사회적기업은 일반기업과 달리 적어도 자기 조직만을 위해 운영하지 않고, 공공서비스에 주력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자본주의의 최적의 대안으로 본다. 반면 박 이사는 시장 실패도 보완하고, 정부 실패도 보완하는 데 이 보다 적합한 모델은 없다는 측면에서 사회적기업을 신자유주의의 최선봉이요, 시장자본주의가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이라는 입장이다.
두 사람의 생각을 깡총하게 요약하면, 사회적기업이 우리나라에서 행위주체가 된 지는 10년쯤 됐고, 초기에는 빈곤층, 노인 등 약자, 장애인 같은 취업 취약계층 등을 상대로 한 사회문제를 푸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업보다는 사회적 가치, 사회적 효용성 등 사회부문을 더 강조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 같은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면서도 엄연한 기업으로서 얼마만큼 돈을 버느냐, 취약계층 고용을 얼마나 했느냐, 사업의 내용이 얼마나 임팩트가 있느냐 등 기업부문을 부각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 박 실장과 박 이사의 관점이 토론 가능한 이유다.
사회적기업에 관한 이들의 다른 생각들은 언뜻 양립할 수 없는 모순투성이처럼 다가온다. 찬찬히 뜯어보면 새의 양 날개처럼 양립하지 않으면 안 될 상호보완적 관계로 읽힌다.
박 실장은 “제도라는 것이 문제에 기반해서 자꾸 만들어지기도 하고, 문제와 관계없이 현장 실험을 통해 제도화되기 때문에 복합적이어서 일장일단이 있다”고 본 반면, 박 이사는 “현행 사회적기업 제도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문제”라며 시종 날을 세우며 “사회적기업가들이 권한 속에서 책임질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 실장은 “자본주의가 고도화되어 있는 현시점에서 사회적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 반면, 박 이사는 “고전이 아니라 과정”이라며 “점차 확대되는 공적자금 투입은 자본의 종속화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시장을 확대시켜 결국 더불어 잘 사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박 실장은 대구 사회적기업의 비전에 대해 “대구의 경우 사회적기업들 스스로 ‘사회적기업은 어떠해야 하는 지’ 자정능력을 갖기 시작했다”며 “육아 교육 결혼 노후 장례라는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잘 살리면 시민들이 훌륭한 소비자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박 이사는 “대구가 대형마트라면, 경북은 전통시장”에 비유하며 “경북은 미국동북부의 버몬트주 벌링턴시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벌링턴의 생활협동조합은 기초적인 농산물과 생필품의 생산과 유통을 지역 내에서 우선적으로 해결, 소득과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대표사례로 꼽힌다.
●사회혁신과 사회적기업의 뿌리
-사회적기업이란 개념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만들었나.
박철훈: 맞다. 슘페터가 ‘신자유주의의 할아버지’라는 사람 아닌가.
박진영: 사회혁신을 이야기 한 사람이다.
-슘페터는 사회적 난제들을 기업가적인 ‘창조적 파괴’로 해결하자고 했는데, 이건 일반기업도 쉽지 않고, 정부의 공공영역도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사회적기업가들은 슈퍼맨과 같아야 하는 것 아닌가.
박진영: 사회적기업은 보기에 따라 정의가 달라진다. 사회적기업 특성 중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최근 IT전문가들을 만나 보니, 휴먼케어가 트렌드라고 한다. 이 분들은 장애인들, 어른신들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기술개발에 관심이 많다. 사회 문제를 해결해 주는 기업이 사회적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통적인 시민사회는 사회적기업을 주주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기업으로 보기 때문에 민주적 의사결정, 투명성, 이윤에 있어서 제한적 사용 이런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박철훈: 사회적기업의 뿌리는 두 가지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완전히 상반된 개념인데, 하나는 체제 대안론적 관점이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모순으로 보는 개념에 가깝다. 실제 협동조합도 기존 모순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겨났다. 다른 하나는 시장 진화론적 관점이다. 슘페터와 같은 입장이다. 론도 카메론 같은 경제사학자의 견해를 빌리자면 사회적경제야말로 비로소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지표로 볼 수 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하면 비로소 진화한다고 본 것이다. 시장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환경적 요소, 인간의 삶의 질 문제, 공동체 문제나, 윤리적 소비 같이 기존 시장에서 다룰 수 없었던 비시장적 요소가 시장화 되는 과정, 즉 경제적 진보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사회혁신의 두 가지 관점
-어찌 보면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사회는 다분히 이상적인 사회가 아닌가.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자본주의는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가지는 구조다. 그걸 현실적으로 병폐라고 보는 것인데, 사회적기업의 논의는 어쨌든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이뤄지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도 보다 나은 사회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성공할 확률이 대단히 낮아 보인다.
박철훈: 경제원론 시간은 아니지만, 우리 인류는 태초 때부터 현재까지 경제시스템은 다 자본주의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시장자본주의와 국가자본주의를 잘 구분해야 한다. 시장자본주의는 자본의 가격, 자본의 운동법칙, 자본의 확장, 투자 같은 것을 시장의 결정기구,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한다는 거다. 국가자본주의는 공산당이 결정하는 거다. 두 차이는 가격의 결정 요소다. 가격 결정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 시장자본주의는 시장 활동을 통해서, 시장원리에 의해서, 정확하게는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른다. 그런데 국가자본주의의 경우는 그 가격을 국가가 결정한다. 그래서 실패했던 거고. 국가자본주의를 채택했던 국가에서 사회적기업이 생겨난 케이스는 없다. 그러면 사회적경제는 뭐냐. 한 마디로 사회적 자본이 사회적 시장을 통해서 결정되는 경제시스템이다. 그럼 또 사회적이란 건 뭐냐. 공공의 가치, 공익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를 말한다. 그 어떠한 신자유주의 학자들도 시장 실패에 관해서 정부의 보조 내지 패널티는 다 용인을 하고 있다. 사실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양대산맥이 뭐냐하면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창출과 사회서비스 확충이다. 사회서비스는 전부 공공성이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왜, 일반기업이 공급을 안 하니까. 왜 공급을 안 하냐. 비배제적이면서 비경합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충분한 가격을 치를 의사가 없다.
박진영: 그런데 거기에 워낙 고용이 중요하니까, 고용이란 의제가 따라 붙은 거다. 그래서 고용정책기본법을 보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에 정부보조를 하라고 돼 있다.
-사회서비스는 방대하겠지만, 국가가 해온 사회서비스를 민간에 이양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나.
박진영: 논리가 다양하다. 민간이양이란 기준도 좀 다르고.
박철훈: 저는 사회적기업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최선봉이라고 본다.
-신자유주의의 최선봉이다, 동의하나.
박진영: 언어가 굉장히 다른 거다.
박철훈: 저는 본질적 개념은 비슷하다고 본다. 제가 굉장히 거북하게 느끼고, 이질적으로 느끼는 거는 사회적경제나 사회적기업 문서나 텍스트를 보면 지나친 신자유주의 일변도를 극복하고 어쩌고저쩌고 이렇게 되어 있다. 그런데 내면을 뜯어보면 시장자본주의가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이 사회적기업이다.
-이건 동의하나. 시장자본주의가 가져다 준 가장 큰 혜택이다.
박진영: 개념이 좀 다른 것이, 자본주의 안에 굉장히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화폐를 줘서 교환하는 형태도 많잖나. 그러니까 슈퍼도 동네에서 출자해서 할 수 있는 거고, 아니면 개인이 할 수 있는 거고. 목적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잖나. 과거는 시장이 자본의 중심이 되어서 일변도로 흘러왔고, 지금 우리 사회적기업은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자본이 중심이 됐든, 사회적 효용성이 중심이 됐든 모두 시장자본주의 내에서 일어나는데 그게 최첨단이냐, 아니면 시장자본주의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냐 할 때 저는 새로운 대안으로 본다. 이걸 민간에 이양하는 게 바람직하냐, 안하냐. 민간이양 기준이 너무 달라 어떤 기준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
박철훈: 이 얘기를 받아서 하자면, 저는 완전시장에 다가가기 위한 수단 중 하나라고 본다. 왜 사회적기업을 신자유주의의 최선봉이다, 민간이양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다라고 하냐면, 완벽한 시장의 조건에는 완전고용, 완전교육, 정부 부채가 없다, 거래비용과 탐색비용이 없다, 사회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적정한 가격에 구매하고 공급할 수 있다 등 몇 가지가 있다. 그런데 현실은 안 그렇다. 시장은 실패한다. 부족한 서비스가 있단 얘기다. 이 서비스가 왜 부족해지냐. 어르신을 간병하는데, 하루에 8만원이 들면 그 연고도 없는 어르신이 8만원을 부담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기업은 이런 서비스를 공급을 안 한다. 그럼 시장 실패다. 적정한 공급을 안하니까. 이런 시장 실패에 대해서는 정부의 책임이 있다. 그런데 정부도 실패한다. 조세로만 충당하려고 하니까. 공사 같은 공기업 만들어 놓고 자기네 이해관계를 따져 세금만 많이 뜯어가지 실제로 옳은 일을 하지 않는다. 공공 복지서비스를 사막에다 아이스크림을 배달하는 것에 비유한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사막을 가로질러 가면 아이스크림은 다 녹고 없다. 실제로 선량한 납세자들로부터 조세를 통해 자금을 조성하면 전부 공공기관의 자기들 비대화, 자기들 복지복리후생 강화에 쓰지, 실제 도움이 필요한데다가 안 준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기업들에게 이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시장실패도 보완하고, 정부실패도 보완하는 기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럼 결국 자본주의 틀 안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
박진영: 당연한 것 아닌가. 지금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살고 있는데. 이 사회적기업도 자본주의 틀 안에 있는 하나의 새로운 기업 형태다. 이걸 부정할 순 없다.
-그럼 사회적 가치가 중요하냐, 경영실적이 중요하냐 했을 때, 경영실적을 더 높이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본주의 내에서는 어차피 경영논리에 의해서 많은 것들이 결정되니까.
박철훈: 이 문제는 그 물음하고 동일하다고 본다. 효율성과 형평성. 아직까지 인류가 풀지 못하는 그것과 유사한 것 같다.
박진영: 그런데 예를 들어 우리의 자본주의와 미국의 자본주의와 그 다음에 프랑스 자본주의와 스웨덴의 자본주의가 다르잖나. 자본주의를 택하고는 있지만, 우리는 재벌 중심의 자본주의가 주를 이루고 있고. 같은 자본주의지만 형태가 굉장히 다른 거잖나.
박철훈: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하나가 있다.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은 정부지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키워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거는 다 동의를 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는 방식이 좀 다르다. 저는 사회적경제는 사회적기업들이 살아가는 경제시스템이 원칙이라고 본다.
●사회기업의 어제와 오늘
-예비사회적기업은 뭐고, 사회적기업은 뭔가.
박진영: 우리나라는 2000년도 중반부터 사회적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했는데, 법을 만들고 보니 진입장벽이 높았다. 유럽의 사회적기업법을 참고해서 만들다 보니까. 그래서 아, 이러면 예비형태를 만들어서 조금 진입장벽을 낮추고, 여기서부터 육성해서 사회적기업으로 옮기자. 이런 취지에서 만든 게 예비사회적기업이다.
박철훈: 조금 더 보태면 이건 좀 원론적인 얘긴데, 사회적기업은 법인이 아니다. 사회적기업법인이 있으면서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으로 태어나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사회적기업은 여성기업, 친환경기업, 중증장애생산기업, ISO26000, ISO9001, ISO9002처럼 일반기업에 달아주는 훈장 같은 거다. 그러니까 모든 사회적기업은 최초에는 다 일반기업이었다.
이에 대해 박진영 실장은 “2004년만 하더라도 일반 영리기업은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참여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며 “사회적경제 기업 안에 비영리와 영리의 다양한 조직이 공존하는 건 최근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왜 문을 열었나.
박진영: 비영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어쨌든 고용은 다양한 섹터에서 많이 해야 되니까. 그래서 이거를 확대하자 해서 문을 열고, 점점 확대됐다. 그런데 현재는 자본주의가 너무 고도화되어 있어 사회적기업들이 완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요인은 뭔가.
박철훈: 저는 고전이라고 생각 안 한다. 과정이라고 본다. 다만 현실적으로 고전이라고 하면 시장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근본 요인으로 본다. 인펀트 인더스트리(infant industry)라는 개념이 있다. 자국 내 유치산업을 보호하는 방법을 이야기한 것인데, 아담 스미스가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담 스미스가 자유시장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아담 스미스가 사회적경제의 아버지다. 왜냐하면 그 사회가 얼마만큼 잘 사는 사회인지, 강한 사회인지는 금고에 있는 금과 은의 크기가 아니라, 요즘으로 치면 외환보유고가 아니라 그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에 달렸다고 했다. 이게 국부론의 핵심 요지 아닌가.
-이런 부분은 어떤가. 협동조합이 어느 정도 형성되면 자기네들끼리 협동하는 데 관심이 있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적인 사회적기업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적기업이 잘 되면 또 하나의 이너써클이 형성된다든지 하는 부작용도 있을 것 같은데.
박철훈: 어쩔 수 없이 무죄 추정의 원칙이란 개념을 꺼낼 수밖에. 그건 이상과 원칙에 벗어난 행동들이기 때문에 유죄라고 입증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있지 않는 한 모든 사회적기업은 무죄라고 봐야한다.(웃음)
●대구·경북 사회적기업의 비전
-사회적기업 지원업무 총괄실무자로서 비전은.
박진영: 대구의 사회적기업들은 자정능력을 갖기 시작했다. 매우 고무적이다. 대구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기업을 보면 육아 영역도 생기기 시작했고, 교육 영역도 있고, 그 다음에 우리가 실험했던 게 결혼이다. 일반시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보다는 좀 낮은 비용으로 해 보자는 거다. 그리고 제일 장래에는 장례까지 봐야 된다. 대구는 아직 장례까지는 실험을 못했는데, 대전만 해도 실험을 많이 하고 있다. 앞으로 대구는 생애주기별 서비스에 주력해야 되고, 실제 이 서비스를 메워내야 시민들이 훌륭한 소비자로 등장할 거다.
박철훈: 경북은 ‘경북의 벌링턴’을 만드는 것이다. 주민수가 4만 명인 미국동북부의 버몬트주 벌링턴시에는 대형마트가 없다. 생필품 유통을 모두 생활협동조합 ‘시티마켓’이 운영한다. 2002년 벌링턴 시의회는 대형슈퍼마켓의 진출을 막았다. 시의회는 시티마켓에게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운영방식에서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유통업체로 전환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원했다. 사회적기업 중 농·식품 분야가 40.2%를 차지하고 있어 포항 경주 구미 경산 정도를 제외한 경북의 도시에 적합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축구 이야기. 이 사회혁신이란 축구장에 등장한 축구팀의 경쟁 상대는 누구일까. 비슷한 업종의 사회적기업일 수도 있고, 다른 유형의 사회적경제 팀일 수도 있다. 또 선진사회의 사회적경제 팀일 수도 있겠다. 이때 감독은 누구일까. 시민(=소비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경기 조건도 마찬가지. 열렬히 응원하는 숱한 관중처럼 소비자를 많이 확보해야 그에 힘입어 연일 승전보를 울릴 것이다. 이를 박철훈 이사는 “결국 그 사회 구성원이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사회적 가치란 것이 상품화되고 서비스화 되어 비로소 사회적경제를 틔워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심지훈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 s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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