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박정희 세월호 작품 배제 과정에 공무원 입김”
대구시 진상파악 후 조치키로,개입과 협력의 경계 애매해 가이드라인 만들 계획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ᆞ사드)와 박정희,세월호 문제를 다룬 특정 작가와 작품을 배제해 검열 논란을 빚었던 ‘2017 대구아트스퀘어’행사 당시 대구시 공무원이 개입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피해 작가들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는 올라있지 않지만, 대구시와 주최 측이 좌파 배제라는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지적되고 있다.
9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따르면 ‘대구아트스퀘어 청년미술프로젝트 특정 작가 및 배제 사건’을 조사한 결과 박문칠 윤동희 이은영 작가의 작품을 제외, 교체,수정하라고 요구하는 과정에 대구시공무원이 권한을 넘어서서 개입했다.
대구아트스퀘어는 지난해 11월8~12일 국내외 7개국 101개 화랑과 8개국 27명의 청년 작가들이 참여해 회화와 조각,사진,설치,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작품 5,000여 점을 선보인 지역 최대 미술행사다.
조사결과 대구아트스퀘어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10월13일 열린 조직위와 실무진 회의에서 박 작가의 출품작 ‘100번째 촛불을 든 성주주민께’에 대해 제외 및 교체토록 했다.이 작품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성주군 주민들의 일상을 다룬 영상이다.윤 작가의 ‘망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연상되는 작품이어서 제외됐다.
또 이 작가의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에 대해서는 작가노트 중 세월호 언급 부분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다.이 작가는 노트에 ‘세월호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기술했다.
세 작가는 당시 이 요구에 반발해 전시 참여를 거부했다.
대구시공무원은 조직위 회의에서 세 작가의 작품을 배제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조사 및 개선위원회 관계자는 “대구시 공무원은 조직위 회의에서 ‘사드 관련 작품이 전시되면 대구시가 곤란해질 수도 있고,민원소지도 있다’고 발언했다”며 “회의록에는 ‘정치적 성향이 강한 작품에 대해서는 권고 조치하라’는 문구도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조직위 측은 박 작가의 다큐멘터리 형식을 문제 삼았으나 실제로는 사드 영상에 대한 검열 논란을 빚었다.윤 작가에 대해서는 작품 수량을 문제 삼았으나 지난해 9월 올린 작품대여약정서와 출품작이 모두 3개로 같은데다 이보다 많은 작품을 낸 작가도 있다.
또 주최 측이 이 작가의 도록에 실리는 작가노트에 대해서는 분량을 줄여달라고 했으나 실제로는 세월호 언급 부분을 빼달라는 것이었다.
여기다 박 작가의 작품을 무료협찬한 ‘시네마달’의 로고를 배너에서 삭제한 과정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대구미협은 조직위 회의 하루 전인 지난해 10월12일 배너에서 시네마달 로고를 보류토록 했고, 13일 권고 의견이 난 후 14일 로고를 빼도록 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조직위 하루 전 날 미리 배포된 회의자료에 사드 관련 내용이 나오자 행사 주최 측이 권한을 넘어서는 개입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은 박근혜 정부 종료 후에 발생했지만 좌파배제라는 국정기조에서 추진됐던 블랙리스트 배제 방식과 유사한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조직위 회의에 참석했던 대구시 공무원은 “조직위 회의 때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사드와 19금 작품 등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흘러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개입으로 비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 한만수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조사결과 공문이 내려오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조치하겠다”며 “예술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간섭과 협력의 경계가 애매한 부분이 있어 예술인들과 이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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