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청률 9%를 넘으며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특보 화면을 부적절하게 활용해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최승호 MBC 사장이 직접 사과에 나섰지만, 출연자인 방송인 이영자가 녹화 불참 의사를 밝혀 방송 제작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은 지난 5일 방송에서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을 뉴스 보도 형식으로 편집해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특보 장면 세 컷을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앵커가 등장하는 장면에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이 합성된 화면이 특히 문제가 됐다. 앵커 뒤로 보이는 세월호 침몰 배경을 모자이크처리 했지만, 이를 알아본 네티즌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모욕했다는 질타를 쏟았다. 과거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등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어묵’이라고 모욕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어 합성 화면의 의도를 의심하는 네티즌이 적지 않다.
제작진은 9일 공식 입장을 통해 “해당 뉴스 화면은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 받은 것”이라며 “편집 후반작업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송에 사용하게 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고 사과했다.
사과에도 비판 여론이 식지 않자 MBC는 이날 오후 “긴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관련자에 책임을 묻고 유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다”며 재차 사과했다. 최승호 MBC 사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신의 계정을 통해 “이 사건을 보고받은 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님께 직접 사과하고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의도치 않게 논란에 휘말린 이영자는 이번 일로 큰 충격을 받아 다음 녹화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제작진에게 전달했다. 이후 녹화 일정에 대한 계획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정상적인 방송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영자는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재기 어린 표현력으로 전국 맛집 음식을 소개하며 프로그램 시청률 상승에 일조해 왔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였던 ‘전지적 참견 시점’은 3월 정규 편성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출연자였던 개그맨 김생민이 ‘미투(#Me Too)’ 폭로로 중도하차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김생민 하차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져 프로그램 지속에 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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