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에스티유니타스 실태 폭로
12시간 넘는 야근도 비일비재
최저임금 수당 등 미지급도 적발
“앞날이 깜깜해 그냥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지난 1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온라인 교육기업 에스티유니타스의 웹디자이너 고 장민순(36)씨. ‘공무원단기학교’라는 브랜드로 고속 성장하던 스타트업 기업의 이면에서 우울증을 겪으며 정신건강이 나빠진 이들은 장씨만이 아니었다. 매일 3시간 이상, 어떤 때는 12시간이 넘도록 야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정부의 허술한 근로감독은 과로로 점철된 일터를 바로잡지 못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공인단기ㆍ스콜레 웹디자이너 자살대책위는 9일 국회 토론회에서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일했던 노동자 중 2013~2017년 정신질환 진료를 받은 사람 수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013년까지는 진료를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나 2017년 18명으로 증가했다. 이중 장씨처럼 우울증 진료를 받았던 사람은 2014년까지 0명이었지만 2016년 5명, 2017년 15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2016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동자 우울증 유병률이 0.81%인데 반해 당시 에스티유니타스의 유병률은 1.43%로 1.7배나 됐다. 2017년에는 2.2%까지 증가했다. 우울증 증상이 있어도 병원 진료를 받지 않은 직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토론회에서는 에스티유니타스에 대해 2016년 10월 시행된 근로감독 결과도 공개됐다. 당시 에스티유니타스는 노동자 128명의 최저임금 중 일부인 3,226만원과 연장ㆍ야간근로수당 1,519만원을 미지급했던 사실과 함께 취업규칙 미신고, 노사협의회 미설치 등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그러나 당국은 시정조치가 완료됐다며 사안을 종결했고, 사업주에 대한 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장씨의 연장근로 위반 사례도 지적되지 않았다.
임창식 노무사는 “최저임금도 지키지 않은 것을 인지했다면 연장근로 관련 근로기준법 위반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며 “부실한 근로감독으로 인해 고인의 과로자살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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