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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 비핵화 명확한 입장”… 북한은 친선관계만 강조

입력
2018.05.09 17:4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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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언론 의중 다른 보도 왜?

북 매체 비핵화 구체적 언급 없어

중국 통해 대미 협상력 높이고

대내적으로 주민동요 단속 의도

중 언론은 가감없이 ‘차이나 패싱’ 불식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노동신문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노동신문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 방중으로 성사된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에 대한 북중 양국 언론의 지난 8일 보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 최대 현안인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북한의 명확한 입장을 전달한 반면, 북한은 언급 자체를 피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알리지 않은 채 북한 정권이 중국을 통해 미국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고, 중국은 이를 통해 ‘역할론’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7~8일 진행된 북중 정상 간 회동 결과에 대해 북한과 중국 매체들은 일제히 전통적 우호관계를 발전시켜 양국관계의 새 장을 열었다고 적극 평가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양국 친선의 역사에 특기할 새로운 전성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양국 정상 간 의미 깊은 상봉과 회담이 진행됐다”면서 “이번 회동은 양국 친선을 새시대 요구에 맞게 보다 활력있게 전진시켜나가는 중요한 계기”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CCTV와 신화통신도 “양국 간 우호협력은 양측의 확고부동한 방침이자 유일한 옳은 선택”이라며 “한달여 만에 다시 회담을 하게 되면서 양국 우호관계가 더욱 긴밀하고 전면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 관련 대목에선 양측의 보도 내용이 확연히 갈린다. 중국 언론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우리의 확고부동하고 명확한 입장이다”, “유관 각국이 적대시 정책과 안전 위협을 없앤다면 (북한이)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 “유관 각국이 단계별로 동시적으로 책임 있게 조처를 해야 한다” 등 김 위원장의 비핵화 관련 언급을 상세히 전했다. 북미 정상회담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이 주장하는 전제와 구체적 프로세스를 가감 없이 반영한 것이다.

이에 비해 북한 측은 “김 위원장이 양국 사이의 전술적 협동을 강화하기 위한 방도를 얘기했고 시 주석이 이를 높이 평가하고 지지했다”는 정도에 그쳤다.

이 같은 차이는 북중이 밀월관계를 과시하면서도 각자 의중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 수준을 일방적으로 높인 데 이어 대량살상무기(WMD)와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자 미국을 향해 ‘중국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중 밀착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향후 논의 과정에서 남ㆍ북ㆍ미ㆍ중 4자 구도를 선호하겠다는 메시지가 된다. 내부적으로는 북중 우호관계를 강조함으로써 비핵화에 따른 내부 동요를 미리 차단하려는 속내가 읽힌다. 북한 주민들에게 굳이 비핵화 얘기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외부를 향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시키고 북한 측 방안에 힘을 실음으로써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필요가 컸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9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압박이 강화되자 중국을 끌어들여 협상력을 높이려는 북한이 북중 친선관계를 강조하는 데 주력했고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우려에 시달려온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끌어내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한반도 정세 급변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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