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난해질 것” 불안감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이란 내부에서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 이란 정부와 관영 언론은 미국을 비판하고 있지만, 핵 합의 기간 중에도 생활고에 시달려온 많은 이란 국민들은 이란 현 정권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결정 이후 이란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란인 하미드레저 타라기는 “이란 국민들은 미국을 더 싫어하게 될 것”이라며 “이란인들은 어려움을 겪고 가난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미르호세인 핫사니도 “결국 평범한 이란 시민들만 더욱 가난해질 것이다. 미국의 핵 협정 탈퇴로 이란에서 정권이 교체될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시위는 진압될 것이고 이란 정부는 국정운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이란 시민들은 미국 대신 이란 집권층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청소노동자 알리 쇼저는 “누가 됐든 간에 그게 트럼프라도 상관없으니 이란 사람들의 운명을 바꿔 달라”고 말했다. 전 이란 국회의원 잘랄 잘랄리저데도 “미국의 핵 협정 탈퇴는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큰 실패”라며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란인들 모두가 실패한 것이다.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과 투명하고 직접적, 공개적으로 대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핵 협정 존속 여부와 상관없이 일반 서민들의 삶의 수준을 개선해달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이어진 제재 해제 기간 유입된 외국 자본이 이란 서민들과는 무관한 곳에 사용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영국 BBC방송의 이란어 부문에 따르면 ‘patrick_jane77’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란 트위터 이용자는 “나는 이란에 살지만 핵 협정이 실생활에 무슨 긍정적인 영향을 줬는지 체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알리 사브제바리도 “이란 시민들은 적어도 트럼프가 본인의 대선 공약을 지켰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존중하고 있다”며 “힘없는 사람들은 영웅에 의지한다. 그게 히틀러든 트럼프든 상관없이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HoseinGhashghae’라는 계정의 트위터 이용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성명을 모두 들었고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핵 협정 후 이란 정부는 이란에 풀린 돈을 국민들을 위해 지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한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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