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상 ‘다이공’ 활동 늘어나며
호텔신라 등 매출 회복세 뚜렷
단체관광 의존 화장품은 덜 팔려
중국발 사드 해빙 훈풍이 유통업계에 불기 시작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는 업종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개별 관광객(싼커ㆍ散客)과 보따리상(다이공ㆍ代工)이 늘기 시작하면서 면세점과 백화점들은 본격적인 실적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단체 관광객(유커ㆍ游客)에 크게 의존했던 화장품 업계는 아직 훈풍을 느끼지 못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호텔신라 면세점 사업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137억원과 47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28.77%와 181.66% 증가했다.
아직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본격적으로 한국 땅을 밟지 않았는데도 호텔신라의 면세점 사업부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은 ‘다이공’들의 활약이 있어 가능했다. 다이공은 중국 현지인들의 구매 대행을 하는 사람들로서 국내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사가고 있다. 중국이 사드 사태로 금한령(禁韓令)을 내렸을 때는 이들의 활동도 제약을 받았지만,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 이후 사드 해빙 무드가 조성되면서 면세점 업계 큰손으로 다시 부상했다. 다이공 활약 덕분에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약 1조6,600억원 규모를 기록, 전년보다 67.4%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신세계면세점도 1분기 매출도 전년 대비 최대 20%가량 늘었을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도 개별 중국인 관광객 ‘싼커’ 덕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여유가 있는 싼커들은 주로 유명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데, 중국의 경제제재 조치 해제 이후 싼커 입국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늘어난 40만3,000명을 기록하며 사드 사태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백화점 업계 매출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 ‘중국 노동절 프로모션(4월 27일~5월 31일)’ 기간 현대백화점의 중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5% 신장했다. 특히 싼커가 많이 찾는 무역센터점의 경우 중국인 매출 신장률은 174%를 기록했다.
반면 화장품 업계는 한류 해빙의 따뜻한 바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는 올해 1분기 매출(1조 6,643억원)과 영업이익(2,781억원)이 전년 대비 각각 10.3%와 26.5% 감소했다. 사드 사태가 심각했던 지난해 보다 실적이 더 악화된 것이다. 다이공의 활약에도 면세점에서 한 사람이 구입할 수 있는 화장품 개수를 제한하는 정책이 실적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는 다이공의 대량 구매에 따른 비정상적 유통을 막기 위해 ‘구매 제한’을 하고 있다.
아모레 관계자는 “화장품 업계는 중국 단체 관광이 완전히 풀려야만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점차 사드 해빙 무드가 뚜렷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2분기 이후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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