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탄 공군 전용기 이용해 日기지 등에서 급유 가능성 높아
역대 석방 사례도 전용기 주로 이용…주한미군 병원서 검진 가능성도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이 임박하면서 어떤 경로를 거쳐 미국으로 귀환할지 관심을 모은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9일 전격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억류 상태인 김동철,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김학송 씨를 데리고 함께 귀국길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성사될 경우 폼페이오 장관이 타고 온 전용기에 함께 탑승해 귀국할 것이 유력하다.
이는 과거 북한에 억류됐던 주요 미국인 송환 절차와 비슷하다. 그동안 미국의 전직 대통령 또는 현직 고위 관료가 평양을 찾아 자국 시민을 데려 나오는 형식이 일반적인 시나리오였다.
2009년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해 중국계 미국인 로라 링, 한국계 미국인 유나 리 등 여기자 2명을 자신의 전세기에 태워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오랜 후원자이자 할리우드의 백만장자 프로듀서인 스티븐 빙 소유의 전세기를 이용해 여기자 2명을 데리고 일본 북서부 아오모리(靑森) 미사와(三澤)의 미 공군기지에서 급유한 뒤 LA로 향했다.
이듬해 8월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북한에 무단입국한 혐의로 체포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와 함께 역시 전세기 편으로 미국 보스턴에 돌아왔다.
카터 전 대통령의 전세기도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일본 북서부의 미군기지에서 중간 급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특사였던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014년 11월 공군 전용기를 타고 방북, 북한에 억류돼 있던 케네스 배와 매튜 토드 밀러를 데리고 미국령 괌 공군기지를 거쳐 워싱턴 주 매코드 공군기지로 귀환했다.
지난해 6월에는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의료진을 태운 항공편으로 평양을 방문해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데리고 주일미군기지를 거쳐 미국 신시내티에 도착했다.
역대 사례들로 미뤄볼 때 폼페이오 장관 일행도 일본 또는 괌 등에서 급유한 뒤 미국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탄 미 공군 757기가 평양 도착 전에 일본 요코타(橫田) 공군기지에 들렀다는 점에서 귀국길에도 같은 곳에서 급유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번에 석방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인 3명은 도착 즉시 가족과 해후하고 병원에 들러 건강검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귀국에 앞서 한국에 먼저 들러 건강 상태를 체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북 협상가로 유명한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4일 미 인터넷 매체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통상적으로 공군 비행기 1대, 미군 장교 1명이 억류자들을 데려오는데 그런 경우라면 평양에서 서울로 데려온 뒤에 미군부대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5월 로버트 킹 당시 대북인권특사의 방북 직후 풀려났던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미국명 에디 전) 씨도 중국 베이징에서 항공편을 갈아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 서울에서 병원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억류된 미국인 3명이 모두 한국계라는 사실도 이런 시나리오에 무게를 더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인솔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에 머무르기보다는 미국으로 직행할 가능성에 좀 더 힘이 실린다.
한편, 중량감 있는 특사 또는 관료의 방북을 계기로 함께 송환된 억류자들과 달리 개별적으로 석방 또는 추방 형식으로 풀려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북한 당국은 2013년 12월 메릴 뉴먼을 베이징행 비행기에 태워 추방하는 식으로 풀어줬으며, 2014년 11월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은 특사 방북 없이도 석방했다.
다만 파울의 경우에는 '이동수단을 제공하라'는 북한의 요청에 따라 미 공군 전용기가 평양으로 급파됐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