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문의 쇄도, 주문사이트 마비
100일 제조과정 공급한계
남북정상회담 만찬주로 선정됐던 충남 당진 면천두견주(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86-2호)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9일 면천두견주보존회와 당진시에 따르면 면천두견주가 전통주를 넘어 국민주 반열에 오르면서 한때 주문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구매문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품절 상태다.
인기의 원인은 지난달 27일 문재인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만찬주로 사용돼 ‘천년의 술’과 ‘효도주’라는 기존 별칭에 이어 ‘평화주’라는 이름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이후 주문이 폭주하지만 면천두견주의 공급은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제조과정의 특성으로 생산량을 쉽게 늘리지 못한다.
‘100일주’라는 이름처럼 전통주조방식을 고수해 출하까지 3개월 이상 걸린다. 매년 정월 첫 해일(亥日)인 상해일에서 3월 진달래꽃이 만개할 때까지 만들어 놓은 술 밑을 두 차례 담근 다음 3개월 동안 발효와 숙성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다.
100일의 발효와 숙성기간을 거치면 담황색의 고운 빛깔에 달콤한 향이 일품이다. 이렇게 담근 술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피로회복에 좋다. 특히 콜레스테롤을 낮춰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두견주가 약 중에 으뜸이라 하여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역사 속 문헌으로는 제조방법을 언급하고 있는 규합총서를 비롯해 산림경제, 임원십육지, 동국세시기 등이 있다. 조선말기 김윤식(1835~1922)은 면천에 유배 중 저술한 운양집에 면천 사람이 두견주를 처음 빚었다고 기록했다.
설화 속 역사는 고려 건국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 장군과 그의 딸 영랑에 관한 설화가 바로 면천두견주의 탄생 비화다.
10여년 전 공장부도로 수년간 생산이 중단됐던 면천두견주는 현재 8가구로 구성된 보존회에서 전통방법으로 주조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김현길 면천두견주보존회장은 “면천두견주는 당진에서 생산되는 찹쌀과 진달래를 주원료로 사용해 전통방식 그대로 담그고 있다”며 “100일 숙성이 끝나는 이달 20일 이후부터 두견주 판매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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