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예방 등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SOS생명의 전화’의 통화 10건 중 7건은 서울 마포대교에서 걸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화를 건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사람과의 관계’였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지난 2011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상담을 요청한 전화 2만312건의 분석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재단은 서울 마포ㆍ한강대교 등 자살이 많은 전국 20개 교량에 총 75대의 ‘SOS생명의 전화’를 설치한 뒤 전문상담기관인 ‘한국생명의전화’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전화 가운데 끊는 전화, 장난 전화 등을 제외한 상담 전화는 총 6,365건, 자살목격전화는 132건이었다. 가장 많은 상담 전화가 온 곳은 ‘투신자살 1위’라는 오명이 붙은 마포대교(누적상담 4,534건ㆍ전체 70%)였다. 그 뒤를 한강대교(507건ㆍ7.8%)와 광진교(212건ㆍ3.3%)가 차지했다.
전화 이용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55.4%로 여성(37.6%)보다 훨씬 많았다. 이는 서울지역 전체 자살자 중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상담 유형별로는 ‘대인관계’ 고민이 남성의 21%, 여성의 29%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남성의 경우 ‘인생(21%)’이, 여성은 ‘진로ㆍ학업(26%)’ 관련 고민의 비중이 컸다.
월별로는 날씨가 따뜻한 5~9월엔 상담 전화가 늘어나고 한겨울인 12~1월엔 감소했다. 강물이 어는 겨울엔 투신을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관계자는 “전화 상담으로 1,077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며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한강다리 자살투신사망자 수도 2011년 95명에서 지난해 13명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 SOS생명의전화 상담사는 “걸려오는 전화 중 절반 이상이 장난 전화나 그냥 끊어버리는 전화”라며 “장난전화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자살시도자가 내미는 손을 놓치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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