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는 일본이 ‘재팬 패싱’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가능한 한 빨리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9일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언제라도 일본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이 대사는 북한이 대화에 나선 배경에 대해 “북한은 경제를 모두 중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사정이 있다”며 경제 재건을 위해 일본과의 대화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북일대화의 중재 역할을 하려고 하며 납치문제와 관련해서도 (남북 정상회담에서) 언급하는 등 이미 일정 부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김 위원장의 진정성 여부와 관련해 “경제발전을 위해 체제 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핵을 포기하겠다는 결단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나 비핵화를 향한 움직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남북과 북미뿐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주요 관계국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일관계와 관련해서는 “올해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라며 “이를 계기로 새로운 선언을 내야 하며 이미 외교 당국자 레벨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차 일본을 찾은 문 대통령이 올해 안으로 단독 방문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의 단독 방일 성사를 위해서라도 역사문제가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 방해가 되어선 안 된다는 확고한 인식이 양국이 가져야 한다”며 “과거를 직시하면서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이 여러 차례에 걸쳐 역사문제를 반복해 제기한다는 일본 측의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는 “일본이 역대 고노(河野)담화ㆍ무라야마(村山)담화를 지킨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양국이 역사문제를 잘 극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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