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의 정점은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뮬러원(F1)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막상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조금 다른 대답을 한다. 실제 라이징 스타, 루키 시절에는 F1를 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투어링 카 레이스나 혹은 GT 레이스 분야에 활동하는 많은 선수들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결국 ‘내구 레이스’를 바라보고 있다.
내구 레이스라고 한다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세계 내구 챔피언십이다. WEC로 명명된 이 대회는 GT 레이스카는 물론이고 압도적인 주행 성능과 첨단 기술이 응집되어 있는 LMP1 그러니까, 프로토타입 레이스카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하지만 제 아무리 뛰어난 드라이버라고 하더라도 팀이나 팀을 후원하는 입장에서 고가의 프로토타입 레이스카에 ‘내구 레이스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태울 수는 없다. 이에 따라 내구 레이스의 종가이자 주관 단체인 프랑스의 ACO(Automobile Club de l'Ouest)는 유럽을 비롯해 세계에 ‘프로토 타입 레이스카가 중심이 되는 내구 레이스’를 출범한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르망 시리즈’다.
대륙 별 리그로 자리 잡은 르망 시리즈
르망 시리즈의 상위 클래스, WEC의 무대가 유럽을 중심으로 하고 또한 르망이라는 이름 자체가 프랑스의 지명인 만큼 모든 사람들이 ‘르망 시리즈’ 역시 유럽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다. 실제 르망 시리즈는 지난 1999년 미 대륙에서 가장 먼저 출범했다.
물론 아메리칸 르망 시리즈는 지난 2013년 이후 북미 모터스포츠 통합 관리라는 목적 아래 ‘IMSA’와 통합되어 현재는 그 이름이 사라져 통합 운영되고 있는 상태지만 미국 내 모터스포츠 단체와 ACO가 손잡고 출범한 명실공히 ‘제 1’의 르망 시리즈였다.
한편 ACO는 2004년 현재 르망 시리즈의 대표 주자이자 지금까지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유러피안 르망 시리즈’를 출범했다. 물론 르망 시리즈와 비슷한 컨셉으로 치러지는 대회들은 그 이전에도 있었지만 철저하게 WEC와의 연결성을 가진 대회는 유러피안 르망 시리즈가 최초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09년 르망 시리즈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바로 유럽이 아닌 아시아 무대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일본을 비롯하여 중국, 홍콩 그리고 동남 아시아에서 모터스포츠에 대한 열의를 강하게 드러내는 국가들을 통합하는 리그가 열린 것이다.
한편 아시아 르망 시리즈는 지난 15-16 시즌부터 동계 리그로 개편 운영되고 있으며 AFOS 한국 대회를 통해 몇 차례 국내에서 대회를 펼치기도 했다.
LMP2와 GT가 중심이 되는 르망 시리즈
WEC 최상위 클래스는 단연 LMP1 클래스다. LMP1 클래스 중에서도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하이브리드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들은 내연 기관과 전기 모터의 조합을 통해 최고 출력 1,000마력에 육박하는 강력함을 과시한다. 그렇다면 르망 시리즈에서 이런 강력한 존재들을 볼 수 있는 것일까?
간단히 말하면 ‘No.’다. 아무래도 LMP1 클래스의 레이스카의가격이나 운영 비용이 천문학적인 수치기 때문에 LMP1 클래스를 글로벌 리그가 아닌 대륙 별 리그에서 소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CO는 각 대륙 별 르망 시리즈의 최상위 클래스를 LMP2 클래스로 지정하였으며 그 하위로 LM-CN 클래스와 2014년 처음 제시되고 2015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채용된 엔트리 프로토타입 레이스카, LMP3를 운영한다. 이와 함께 각 대륙의 중심이 되는 GT 클래스 및 GT 암(아마추어) 혹은 GT 컵을 덧붙인다.
참고로 국내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유독 낯선 LMP3는 LMP2 클래스 하위에 포지션을 담당하는 카테고리로 아시안 르망과 유러피안 르망 시리즈 등을 비롯한 대륙 별 리그 혹은 그 이하의 규모에서 참가가 가능한 레이스 카테고리다. 엔트리 클래스라고는 하지만 파워트레인은 V8 엔진을 얹어 약 420마력 수준의 출력을 갖췄고, 6단 시퀀셜 변속기를 적용해 강력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내구 레이스의 발판이 되는 르망 시리즈
르망 시리즈는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비하면 다소 짧은 주행 거리를 달리게 된다. 하지만 최소 3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는 만큼 팀과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부담은 적지 않다.
게다가 WEC의 하위 클래스인 만큼 WEC 무대에 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뽐내는 무대이며 이를 통해 상위 클래스나 새로운 모터스포츠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는다.
좋은 예라 할 수 있는 것이 최근 랜드로버가 프로모션 영상으로 선보인 ‘드래곤 챌린지’에 등장한 중화권 모터스포츠 아이콘, ‘호 핀 퉁’이다. 호 핀 퉁은 성룡이 운영하는 재키 찬 레이싱 팀 소속으로 아시안 르망 시리즈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이를 통해 재규어의 포뮬러-e 팀을 비롯해 세계적인 무대로 도약했다.
이런 우수한 선수들의 등용문과 함께 부상 등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정상급 선수들이 복귀를 위해 출전하기도 하여 대회의 무게 자체는 상당히 무거운 편이다.
국내 선수들이 족적을 남긴 르망 시리즈
한편 르망 시리즈가 인상적인 점은 바로 국내 선수들의 족적이 남아 있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바로 아시안 르망 시리즈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LMP2 클래스에서는 유라시아 레이싱 등의 소속으로 활약한 김택성이 포디엄에 오른 이력이 있다. 참고로 김택성은 페라리 챌린지나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등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다.
한편 르망 시리즈의 GT 클래스에서도 국내 선수의 활약이 빛났다. 바로 지난 시즌인 16-17 아시안 르망 시리즈 GT 클래스에 출전한 팀 아우디 코리아는 말레이시아 세팡에서 펼쳐진 시즌 최종전에서 짜릿한 우승을 차지하며 포디엄 정상에 올랐다.
초반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빠른 드라이버 교체’라는 강수에 나선 팀 아우디 코리아는 한국 대표 선수인 유경욱의 투지로 좋은 흐름을 만들 수 있었다. 유경욱의 분전에 팀메이트인 마치 리(홍콩)과 말레이시아의 모터스포츠 스타 중 하나인 알렉스 융이 부응하며 장장 네 시간에 걸친 레이스에서 가장 먼저 체커를 받았다.
한편 국내에서 활약하던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살펴볼 수 있는 무대다. 대표적인 친한파 드라이버인 일본의 베테랑 드라이버, ‘사카구치 료헤이’나 네덜란드 출신으로 류시원 감독의 팀 106에서 활약했던 외인, ‘카를로 반 담’ 역시 아시안 르망 시리즈 등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어 국내 모터스포츠 팬들에게는 무척 반가울 것이다.
2018년 치열한 레이스를 앞둔 르망 시리즈들
IMSA로 통합된 아메리칸 르망을 제외하고 남은 두 시리즈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유러피안 르망 시리즈는 오는 4월 15일 개막전을 시작해 5월과 7월에 각각 2, 3라운드를 치른다. 올 해 총 6라운드가 예고되어 있으며 최종전은 10월 마지막 주말, 포르투갈에서 펼쳐진다.
한편 아시안 르망 시리즈는 18-19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시즌이라 할 수 있는 17-18 시즌이 이제 막 끝났기 때문이다. 참고로 17-18 지난해 10월 중국에서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일본과 태국 그리고 올해 2월 말레이시아에서 최종전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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