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계속 지연되며 억측 난무
‘6월 중순, 싱가포르 등 동남아’ 거론
양측 비핵화 방식 등 의제 신경전
청와대 “결정적 고비” 예의 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북미 정상회담 일정 발표가 계속 지연되면서 각종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겉으로는 “미국과 북한이 협의해 결정할 일”이라는 차분한 반응이지만, 북미 회담이 남북 관계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고비인 만큼 촉각을 세우고 있다. 외교가에선 북미 간 회담 장소와 시간은 대체로 정리가 됐지만, 비핵화 방식 등 핵심 의제를 둘러싼 기싸움 때문에 발표가 늦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북미 정상 6월 초ㆍ중순 싱가포르에서 만날 듯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7일(현지시간) 논평에서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를 곧 발표하기를 희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로 북미가 회담 장소와 날짜에는 의견 접근을 봤다는 전언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 5일 잇따라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결정됐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린 상태라 더욱 그렇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 “우리 입장을 양측에 전달한 상태”라며 “다만 북미 간에 최종 합의가 이뤄져야 발표가 되고 우리는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회담 장소는 애초 싱가포르와 몽골 2파전에서 4월 말부터 싱가포르로 좁혀진 상태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초 트위터에서 판문점을 언급하며 분위기가 급반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언도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백악관 참모들의 반대 입장이 전해지면서 다시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 개최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날짜도 온갖 설이 분분했다. 처음에는 22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말 북미 정상이 만나는 일정이 거론됐다. 6월 8, 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결과를 러시아, 일본, 영국, 프랑스 등 각국 정상들에게 직접 전하는 수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과시형인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G7 정상들에게 설명하는 주인공이 되는 그림과 무대를 마다할 리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6월 중순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지연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핵심 의제 비핵화 구체적 방식 신경전 여전
정상회담 발표가 늦춰지는 이유는 핵심 의제인 비핵화를 둘러싼 신경전이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대개 정상회담은 사전에 의제를 대부분 조율한 뒤 정상 간 담판으로 끝맺는 수순이 일반적이다. 이 같은 사전 조율 과정에서 북한의 ‘단계적ㆍ동시적 조치’ 원칙과 ‘핵폐기 확인이 먼저’라는 미국의 기본적 입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영변원자로 및 원심분리기 같은 핵개발 시설 신고, 폐기, 검증 등 실질적 핵폐기 절차에서 북미의 입장 차이를 한번에 좁히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또 북한 핵탄두에 들어가는 핵물질 해외 반출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해체 등 추가 조치도 일괄 타결이 까다로운 의제다. 여기에 일본과 미국 내 강경파 등이 나서서 인공위성, 생화학무기, 중ㆍ단거리 미사일까지 협상 대상에 포함시키려 하면서 북한이 마냥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정적 국면을 앞두고 여러 다른 목소리들이 분출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줄다리기로 인해 북미 정상회담 판 자체가 깨지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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