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절단 흔적 있는 가스관 발견
집안에 LPG 쌓여 발화 폭발한 듯
2명이 숨진 경기 양주 주택가 가스폭발이 단순 사고가 아닌 고의로 낸 사고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잘린 가스배관을 발견, 고의에 의한 범죄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8일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현장 잔해 속에서 가스가 누출된 20㎏ LP가스통과 잘린 흔적이 있는 가스관을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잘린 배관은 이번 사고로 숨진 이모(58)씨 집 잔해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폭발이 이씨 집안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절단된 가스배관에서 LP가스가 새 이씨 집안에 들어가 쌓였고, 이후 알 수 없는 발화 원인으로 폭발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이씨 집 실내에 있던 가스레인지는 외부에 설치된 LP가스통과 가스배관으로 연결된 구조였다. 그러나 폭발로 훼손상태가 심해 잘린 부분이 실내ㆍ외 어디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한 것인지, 이씨 스스로 잘랐는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숨진 이씨가 집안에서 냄새가 강한 가스 누출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가스관이 잘린 경위에 대한 국과수의 정밀조사 결과가 나오면 본격 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숨진 이씨는 사고 당시 혼자 집에 있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누군가 원한을 품고 이런 사건을 일으켰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씨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수화 수에 젖어 내용파악이 어려운 종잇조각들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종잇조각의 발견 위치 등으로 볼 때 이씨가 남긴 유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감식반을 통해 조사를 하고 있다.
당시 폭발 규모로 봤을 때 오랜 시간 많은 양의 가스누출이 있었을 가능성도 나왔다. 특히 LP 가스통은 폭발 방지용 밸브가 있어 가스통 자체 폭발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다 현장에서도 가스통 자체 폭발 흔적이 없어 가스 누출에 의한 폭발 원인에 힘이 실리고 있다.
LP가스 1㎏의 폭발 위력은 TNT 화약 약 300g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고 상황을 목격한 주민들은 “‘쾅’하는 굉음과 함께 기왓장과 희뿌연 연기가 수십 미터 높이까지 치솟았다”며 당시의 폭발위력을 전했다.
7일 오전 11시 15분쯤 양주시 봉양동의 주택가에서 LP가스 누출로 추정되는 폭발사고가 나 벽돌로 된 주택 2채가 무너져 각자 집 안에 있던 김모(68ㆍ여)씨와 이씨가 숨졌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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