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 시기ㆍ수사 범위 등 입장차 커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 실패
바른미래당도 철야농성 나서
해외순방 취소 丁의장 “재협상”
여야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5월 국회 정상화 협상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8일에도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 의장이 직권상정까지 거론하며 압박했지만 각 당이 이해득실에 매몰되면서 마라톤 협상은 결렬됐다. 원내지도부 간 담판이 물 건너감에 따라 6ㆍ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4명의 사퇴안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4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무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정 의장을 비롯한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한자리에 모였으나 절충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갈등의 뇌관인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드루킹) 사건의 특검을 두고 기싸움을 벌였지만 전날 논의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민주당은 ‘24일 특검안ㆍ추가경정예산안 동시 처리’ 입장을 고수한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건 없는 야권 특검안 수용’을 재차 주장하며 맞섰다.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자 보다 못한 정 의장이 나서 직권상정을 거론하며 여야를 압박했다. 정 의장은 “오늘 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보궐선거를 해야 하는 4곳의 의원 사퇴안이라도 직권상정하겠다”고 엄포를 놨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사퇴안이 14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해당 지역 4곳의 보궐선거는 내년 4월로 미뤄지게 된다. 주민들로선 선거권을 박탈당하는 셈이다. 그러나 의장-원내대표 회동은 한 차례 고성이 오간 뒤 40분 만에 종료됐다.
원내대표 회동이 소득 없이 끝나자 이번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셔틀협상이 이어졌다. 원내대표 간 감정의 대립이 격해지자 각 당의 수석들은 원내대표 의중을 전달받고 협상에 나서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수석 회동의 결과를 보고받기 위한 각 당의 의원총회도 소집과 연기가 계속됐다. 그럼에도 결국 수석 간 협상은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다.
이에 이날 오후 늦게 각 당 원내대표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여기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4일 특검ㆍ추경ㆍ의원 사퇴안 일괄 처리안’을 민주당에 제시했다. 추경 절차를 빠른 시일 내에 끝내는 대신에 야권 특검안을 같이 처리하자는 절충안이다. 회동 이후 김 원내대표는 “저도 최대한 양보했다”면서 “특검법을 처리하고 난 뒤에 추경 처리를 (우리가) 안 해주면 자기네들만 당한다고 해서 이번 주말이라도 예산 심의를 마쳐서 14일에 함께 처리하자고 마지막으로 던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14일은 (예산심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동시에 처리하는 것으로 날짜를 다시 잡아야 한다”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날 최종 담판이 결렬된 데에는 특검의 처리 시기ㆍ수사범위 등을 놓고 여야 양측 모두의 입장차가 현격했기 때문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의 제안이 있었지만 최소한 부실 추경 오명을 뒤집어 쓰면 안 되니까 14일 처리는 불가능하다고 검토했다”면서 “(야당은) 특검의 구체적 수사 범위 등을 요구했는데 그 과정은 차기 원내지도부에 맡기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특검의 수사 대상과 관련해 현 지도부에서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통보했다”면서 “국회 정상화와 특검 수용을 바라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협상은 내일도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에 이어 바른미래당도 이날부터 철야농성에 나서며 대여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협상 결렬 소식에 정 의장은 “무기력한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린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의 어떠한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 의장은 9일부터 이어질 해외 순방일정도 취소하고 내일부터 다시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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