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미대 수업 중 ‘남성 누드모델’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범인’이 오리무중이다. 경찰이 5일부터 정식 수사에 착수, 범인을 쫓고 있지만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피해자는 인터넷 공간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는 등 심각한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
사건은 1일 발생했다. 미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전공수업에 모델로 나선 남성의 나체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인 ‘워마드’ 게시판에 올라오면서다. 작성자는 모델의 얼굴과 신체부위를 그대로 드러내놓고는, ‘미술 수업 남 누드모델 조신하지가 못하네요’ ‘누워있는 꼴 봐라’ 같은 글로 조롱했다. 글은 이튿날인 2일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3일이 돼서야 삭제됐다. 학교 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해당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불러 자백을 유도하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학교 측 의뢰로 5일 수사에 착수한 마포경찰서가 학교 방문 조사와 당시 수업 참여 학생들 소환 조사를 이어갔지만 실마리는 잡히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유포자가 사실상 촬영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면서도 “사진이 처음 올라왔던 워마드 게시판의 서버가 해외에 있어 수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게시 글이 삭제되기 전 캡처한 사진이 다시 유포되거나, 최초 게시글처럼 조롱하는 글이 온라인에 무분별하게 떠돌고 있어서다. 피해자와 계속 연락하고 있다는 하영은 한국누드모델협회장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피해자가) 며칠간 밥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계속 울었다고 하더라. 너무 잔인하다, 무섭고 두렵고 떠나고 싶다고도 얘기한다. 지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라고 조언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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