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구 대부분은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데도 자신의 재무상태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재무 건전성과 인식 사이에 차이가 큰 셈이다.
8일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과 보험연구원이 전국 20~69세 2,002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한국 가계의 재무건강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는 월 평균 581만원을 벌어들이지만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저축, 보험료, 대출상환)에 각각 254만원, 378만원을 사용, 수입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응답가구의 65.8%는 자신의 재무건강 상태에 대해 ‘건강한 편’이라고 답하며 낙관적 모습을 보였다. 재무건강은 가계가 일상적인 지출을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으며, 재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재무적 성장이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기초체력, 면역력, 지속력을 고려해 재무상태를 ‘우량ㆍ양호ㆍ기초충족ㆍ허약ㆍ위급’ 5단계로 나눈 평가에서도, 재무상태가 ‘우량’한 가계의 비중이 재무비율로 분석한 객관적 재무 지표에서는 17.1%에 그쳤지만 주관적 평가에서는 48.3%에 달했다. 재단 관계자는 “실제 재무상태에 비해 자신감이 과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낙관적 인식은 노후 준비를 바라보는 측면에서도 드러났다. 노후에 대한 주관적 인식 조사에서 43.6%는 자녀 교육비, 부채상환 및 생활비 부담 등으로 인해 현재 노후자금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많은 58.8%는 특별한 노후 준비를 하지 않으면서도 ‘노후 자금 마련에 자신이 있다’고 답했고, ‘비상자금을 마련할 자신이 있다’고 응답한 가구도 75.6%에 달했다.
보고서는 “(재무)기초체력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며 “이유 없는 낙관주의를 경계하고 자신의 재무상태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도록 인식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관련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어릴 때부터 금융습관이 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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