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이 올해 청와대 초청 어린이날 행사에서 이른바 ‘대통령 말씀’ 시간을 뺀 이유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결과였다.
탁 선임행정관은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5월 5일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대통령께서 유독 어떤 형태이던지 ‘말씀’ 순서를 빼라고 했다”며 “(처음에는) ‘왜지?’ 싶었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의 어린이날 행사 식순에는 빠짐없이 대통령 연설이 포함됐는데, 문 대통령만 빼라고 해 의아했다는 의미였다.
앞서 문 대통령 부부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산간, 도서벽지 등 소외지역 어린이 280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기념 행사를 열었다. 넥타이 없이 편안한 차림으로 등장한 문 대통령은 이날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명랑운동회에 참석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탁 선임행정관은 문 대통령이 어린이 배려 차원에서 연설 순서를 뺀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물론 역대 대통령들의 말씀들은 좋은 말, 새길 만한 말들이었다”면서도 “(그러나)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재미있는 시간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문 대통령이) 그 시간에 아이들과 뛰어 놀거나, 노는 모습을 바라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탁 선임행정관이 페이스북에 쓴 글은 8일 오전 좋아요 2,500개를 받는 등 눈길을 끌고 있다. 한 문 대통령 지지자는 이 글 아래 “그럴싸한 연설보다 몸으로 부대끼며 정을 나누는 것이 백 번 낫다”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지지자는 “대통령이 (자신보다) 아이들 마음을 먼저 헤아려 준 것 같다”고 썼다.
한편, 청와대 입성 뒤 SNS 글쓰기를 자제해 온 탁 선임행정관은 최근 활동에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소감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하기도 했다. 탁 선임행정관은 당시 남측 예술단 음악감독을 맡은 가수 윤상씨, 예술단 단원으로 참가한 가수 조용필씨 등에 고마움을 나타내며 “공연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바뀔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모두가 함께 만든 그 봄 안에서 자꾸 주책 없이 눈물이 났다”는 글을 남겼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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