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조합 간부가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게 됐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차진원 판사는 유성기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노조 간부 김모씨에 대한 요양급여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에서 선전부장으로 활동한 김씨는 2011년 5월부터 8월까지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법원에서 해고 무효 처분을 받아 2013년 복직했지만, 이듬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해고와 소송 등을 거치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불안ㆍ우울증이 발병했다”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급여를 신청했다. 공단이 김씨 신청을 받아 들이자 유성기업 측은 “김씨에게 업무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요양승인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제기 후 3년2개월 만에 나온 1심 판결에서 법원은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차 판사는 “질병 원인이 업무 수행과 직접적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 혹은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 볼 수 있다”라며 “김씨는 나이 어린 미성년 자녀 셋을 둔 가장으로 해고 후 복직되기까지 관련 소송을 거치며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성기업 경영진이 이른바 ‘노조파괴’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유성기업 유시영 대표는 직장폐쇄를 동원한 노조 탄압, 사측과 이해를 같이하는 제2노조 설립 과정을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징역 1년2개월 실형이 확정됐다. 차 판사는 “김씨와 함께 노조에서 활동한 여러 조합원이 정신과적 질환으로 요양승인을 받은 바 있고 또 다른 근로자 한 명은 자살에 이르렀다”며 “중대한 위법이 있었다는 점이 명확해진 만큼 김씨 요양을 승인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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